[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그동안 인도에 부여해온 개발도상국 특혜관세 혜택을 중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그 배경에 무역적자가 아닌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가 얽혀 있다는 해석이 잇따르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같은 목표를 가진 인도의 팔을 비틀어 중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속셈인 셈이다. 하지만 인도 총선을 불과 두 달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이 같은 트럼프식 전술이 오히려 미국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인도를 일반특혜관세제도(GSP) 지위에서 제외하겠다고 의회에 보고한 것과 관련해 5일(현지시간)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이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이슈에 도움을 얻기 위해 인도를 무역으로 압박하고 있다"며 "상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시점 선택으로 더 광범위한 정치적 결과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도가 GSP 지위를 통해 미국에서 무관세로 수입하는 규모는 대미 수출총액 중 10% 상당으로 파악된다. 인도 정부조차 이번 결정에 따른 여파가 제한적이며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 이유다. 인도 정부조차 이번 결정에 따른 여파가 제한적이며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는 이유다. 인도 상공부는 전날 미국측의 요구가 합리적이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인도 시장은 아마존, 우버,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이 수십억달러를 벌어갈 성장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킹스칼리지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시 팬츠는 "미국은 중국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인도를 필요로 한다"며 "질문은 왜 미국이 인도에 이러한 일을 하는가"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모두 아시아에서 중국에 맞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무역이슈를 지정학적 동맹관계와 분리하길 원해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팬츠 교수는 "인도 총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선거여론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며 "인도 내 잠들어 있는 반미감정을 일깨우고, 현 정권에 대한 반대여론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표심을 얻어야 할 인도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원치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인도 당국자 또한 "GSP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이번 결정이 무역장벽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총선에서 재집권을 노리는 모디 총리에게 있어 어려운 시점에 이번 결정이 내려졌다"고 향후 여파를 주목했다.
더욱이 인도의 경우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공세를 가했던 독일,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과 달리 훨씬 취약한 동맹기반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라트로브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닉 비슬리는 "미국과 인도 간 관계는 '편의성에 따른 협력'에 가깝다"며 인도 내 외교 엘리트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조치를 내세워 '미국과 너무 가까워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팬츠 교수 역시 "민감한 시기다. 선거를 앞둔 인도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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