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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외교멘토 "문, 한미동맹 틀서 중재자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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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중앙일보와 서울에서 인터뷰를 하는 모습.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뱃지를 달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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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렬로 한반도 미래가 안갯속이다. 결렬을 주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속내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대부(代父)격인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창립자에게 물었다. 퓰너는 회담 결렬 직후인 2일(현지시간) 총평을, 5일엔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결과를 본 뒤 답변을 보내왔다.

현재 헤리티지 재단 산하 아시아연구센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하노이 회담은 우호적 결렬(friendly walk away)”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다음의 빅 스텝을 떼기 위해선 무엇이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야 하고, 어떤 조치가 실행되어야 하는지 그 필수 사항을 리마인드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1대1 단독 정상회담을 하던 중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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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너 회장은 지난달 방한 중 중앙일보와 만나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과 핵폐기 여부를 알 수 있고, 북한도 이 점을 알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었다.

퓰너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도 활약했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의 인연은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악관ㆍ국무부 인사들이 자주 조언을 구한다. 퓰너 회장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비건 대표가 당근뿐 아니라 채찍도 준비했다고 내게 말했다”며 “어떤 내용인지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제재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말했다.

당시 퓰너 회장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는 전제 하에 미국이 금강산 관광 재개는 풀어줄 수 있지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어렵다”고 전망했다. 회담 결렬 후에도 퓰너 회장에게 같은 생각인지 물었다.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한국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강력희망하는데, 회담이 결렬된 지금도 재개가 가능하다고 보나.

A :
A : “그렇다. 단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다는 전제하에 그렇다는 것이고, 재개된다면 올해 내 또는 그 즈음(later this year or so)이 될 것이다.”




Q : 3차 북ㆍ미 정상회담을 얘기할 수 있나.

A :
A : “지금으로선 3차 정상회담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은 상태이지만 앞으로 몇 개월간이 매우 중요하고도 의미심장한(telling) 시점(junctures)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과 시 주석의 4월 평양 방문, 트럼프 대통령의 5월 일본 방문을 잘 봐야한다.”




Q : 몇 개월 후면 미국은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빠지지 않을까.

A :
A :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레이더에 앞으로도 분명히 있을 거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고 그의 팀은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외교 문제이지만 이 협상을 다가오는 대선 레이스 사이클의 프레임 속에서 보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김정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존경심 보인 것"




Q : 김 위원장은 체면이 많이 깎였다. 2018년 화해 모드 급 전환 이전의 도발 모드로 돌아갈 가능성은.

A :
A :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택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는 2018년 이후 이룬 것을 무효화하는 것이다. 이엔 후과가 따를 것이다. 현재 (미국의) ‘최대 (대북) 압박’ 정책은 단지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의 움직임이라는 것을 북한은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을 외교 테이블로 끌고 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정은도 이를 잘 알아야 한다.”




Q :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A :
A : “김정은이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적어도 영변에서의 300여개의 주요 핵시설에 대해 약속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물론 이것만으로 모든 제재를 해제해줄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동시에 이는 적어도 다음 협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최소한의 시작점을 만들어준다. 이 점에서 나는 이번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일종의 존경심(respect)을 보였다고 본다.”




Q : 한국은 남북관계로 한반도 평화모드를 추동하고 싶어한다. 미국은 감속을 원하지 않나.

A :
A : “직접적으로 또 간접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은 한ㆍ미 동맹과 우호의 필요성을 증폭시켰다. 김정은과 북한과의 관계를 진화시켜나가는데 있어서 워싱턴과 서울은 그야말로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해야 한다. 나는 문 대통령에게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이 정치적이고 외교적으로 운신의 폭을 키워줬다고 본다. 문 대통령은 이제 본인의 역할을 재평가하고 각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한ㆍ미 동맹을 기반으로 효율적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퓰너 회장은 이 시점에서 한ㆍ미 동맹을 부쩍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강조하되,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가달라는 간곡한 요청으로 해석됐다.

평화적 비핵화인가 대북 최대 압박인가…선택은 북한의 몫




Q :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전망은 워싱턴에서는 어떻게 보나.

A :
A : “서울에서 곧 열리기로 남북이 합의했던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한국 정부가 연기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보는가? 내 생각엔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가 버릴 수 없는 중요한 카드다.”




Q : 현재 비건 대표와 국무부 분위기는.

A :
A : “하노이 협상은 뛰어난 능력과 용기를 가진 미국팀이 잘 이끌었다. 비건 대표는 협상의 최전선에 서서 워싱턴과 평양 사이의 입장차를 최대한 좁히려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진지한 관심도 유지시켰다. 앞으로도 (비건 대표의) 이런 활약을 더 많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노이 정상회담은 앞으로 관계를 어떻게 진화시켜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더 투명하고 더 큰 목표를 설정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번 회담은 또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전망을 더 키웠으며, 장기적인 협상 태도 설정에 기여했다. 물론 이 비핵화 전망은 (북한의 선택에 따라) 두 갈래로 나뉜다.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최대 압박 정책으로 돌아가거나.”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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