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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위해 이사했거나 이사를 고민한다는 반려인을 더러 만난다. 나만 해도 명절에 수리와 고향 집에 가면 줄곧 ‘마당’에 관해 생각한다. 제주도 집은 빌라여서 현관문을 열면 바로 공용 공간인 계단과 맞닥뜨리지만, 고향 집 단독주택에서는 마당이라는 ‘완충 지대’를 제대로 활용하는 수리를 볼 수 있다. 본격 산책에 앞서 화단과 장독대를 순찰하며 흥분을 가다듬고, 돌아와서는 마당을 어슬렁거리며 남은 아쉬움을 달랜다. 마당은 참 좋은 것이구나, 내가 더 아쉬워진다. 본디 집은 사람을 위해 탄생했고 사람에게 편한 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사람에 맞춤한 구조와 세간들이 반려동물에 맞춰질 리 없음은 당연지사. 집을 개조하거나 큰 맘 먹고 이사하지 않는 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닥에 미끄럼 방지 패드를 깔아 주고 소파 곁에 스펀지 계단을 놓는 정도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니, 집도 바뀐다. 네 집 걸러 한 집이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세상인 만큼 사람과 동물 모두를 위한 집의 요구가 생겨났고 그에 부응하는 신개념 주택이 등장했다.
‘여연재’는 파주에서 분양 중인 반려동물 전용 빌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만 입주 가능하다는 단호한 조건까지 내걸었다. 전용 빌라라니, 여느 집들과 뭐가 다를까. 실내 공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전용 펫룸이다. 집 안에 통유리 폴딩 도어를 설치해 반려동물만의 독립 공간을 따로 둔 것인데, 펫룸 안에는 배수 시설을 갖추어 물청소까지 가능하다. 바닥 전체에는 ‘당연히’ 논슬립 타일을 깔았고, 거실 천장에선 에어라트론 실링 팬이 회전하며 환기를 돕는다. 복층 유리로 단열뿐 아니라 방음 효과도 높였다. 기능성과 심미성 모두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실외 역시 곳곳에서 섬세함이 드러난다. 현관과 엘리베이터 등에 후크를 설치해 리드 줄을 고정할 수 있고, 산책을 마치고는 외부 현관 옆 세족장에서 간단히 발을 씻길 수 있다. 세대별로 반려견 공용 샤워 시설과 드라이룸도 두었다. 계단이 아닌 완만한 경사로는 노령견이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반려인에게 꽤 도움이 되겠다. ‘이건 정말 편리한데?’, ‘맞아, 이런 배려가 필요했어!’ 하는 감탄이 나온다. ‘개빌라 짓는 사람들’도 있다.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면서 겪는 가장 큰 고민들-짖음으로 인한 소음, 냄새, 미끄러짐, 털 날림 등-을 해결하기 위해 건축 전문가들이 나서서 ‘건축적으로 해결한다’는 모토가 솔깃하다. 이들은 반려견 전원 주택, 빌라, 펜션 등을 맞춤 설계하고 리모델링도 한다.
이 집 저 집, 개집(?)을 들락거리다 보니 전용 빌라에 사는 반려동물도 반려인도 부럽기 그지없다. 반려동물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라면 자연히 반려인도 안전하고 편안할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전용 빌라’는 여전히 먼 이야기다. 사실 반려동물과의 공간이 갖추어야 할 필요충분조건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안전할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건강을 해치지 않을 것.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따로 있다.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충분한 시간과 변함 없는 사랑이다. 이 두 가지를 기본 장착한 집이라면, 덜 세련되고 최첨단이 아니라도, 작은 불편들이야 하나씩 해결돼 나가지 않겠는가. 하여, 주머니가 가벼운 나는 오늘도 극진히 수리를 시중들며 부족한 환경을 몸빵으로 메우고 있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9호 (19.03.12)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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