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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아이들은 치아가 건강할 때 치과에 가야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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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유원희의 힘 빼세요(4)
우선 첫 경험이라고 해서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마시길. 첫 경험은 사전적인 의미로 말 그대로 처음 어떤 일이나 사건 등을 경험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첫 성관계를 의미하는 말로 해석하는데 성관계라 그러지 않고 굳이 첫 경험이라 하는 것은 한국적인 정서상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첫 경험이 가진 본래의 뜻이 왜곡되어 버렸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첫 경험은 물론 사전적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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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험이 평생을 좌우하기에, 누구나 이를 중요시한다. 나같은 경우엔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었던 첫 순간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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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처음을 중요시한다. 나도 그런 호기심을 많이 갖고 있다. 미국에서 첫아이를 아내가 임신하고 있었을 때였다. 임신 10주차 때 태아 초음파 검사를 하려고 병원에 들렀다. 아내의 복부에 마이크를 가져다 대자마자 아들의 힘찬 심장 박동 소리가 진료실 전체를 감싸며 들려왔다. 아들과 연결되는 소리를 처음 듣는 기쁨. 삶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벌써 27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지만, 그때의 초조함과 첫 대면의 설렜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다.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것이 있다. 영어로는 “Well begun is half done”이라고 한다. 시작은 그러나 반이 아니라 전부인 경우도 있다. 시작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경험하는 기쁨, 슬픔, 고통도 첫 경험이 중요하다. 그 첫 경험이 평생을 가는 수가 있고 오래오래 사라지지 않는다.

치과의 치료도 마찬가지다. 처음 치과를 가서 경험한 시간의 기억이 평생을 간다. 첫 치료에서 고통을 맛보면 치과는 바로 고통스러운 장소로 기억된다. 그래서 치과를 가기 싫어하고 자꾸 미루게 되고 치아는 더 나빠지고 더 큰 고통을 겪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 많이 하는 임플란트도 첫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 임플란트는 무지의 공포를 안겨준다. 뭐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가 없다. 사실 크게 아프지 않은데 진행 상황을 몰라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에게 충분한 환자 눈높이에 맞추어 정보를 공급해야 하고 안심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도 치과 치료는 왠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치과에 오면 거의 모든 치료가 국소 마취로 진행하기 때문에 고음의 드릴 소리, 약품 냄새를 지각하고 있어서 패닉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심지어는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는 어릴 적 유치치료나 충치 치료의 기억이 공포를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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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 때 치과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영유아 구강 건강 검진은 국가 차원에서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내원해 치과를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사진 대한치과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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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대개 평생을 다녀야 하는 곳이므로 어릴 적부터 익숙한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고 의사의 손길도 중요하다. 정부에서도 아이들의 구강 건강 증진을 위해서 영유아 검진을 2세(18~29개월), 4세(42~53개월), 5세(54~65개월)에 시기별 보험적용을 하여서 권장하고 있다. 종종 내원하시는 어린아이를 둔 엄마들이 “몇 살 때 우리 아이를 치과에 처음 데려오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시면 빠를수록 좋다고 말씀드린다.

특히 아이의 치아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 더 효과적이다. 그 이유는 뭔가 치과적인 치료를 해야 하는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치과는 무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되도록 어머님 또는 가족들이 치과를 방문할 때 함께 내원해서 치과 의자와 진료실 내부의 이것저것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추천해 드린다.

치과 유니트 체어에 앉아도 보고, 드릴과 시린지에서 나오는 물과 바람을 손에다 쐬어 보기도 한다. 석션기(빨대)를 입에다 물어보기도 하고, 환자 진료 때 의사가 착용하는 라텍스 고무장갑 풍선을 불어서 놀이도 해본다. 낯선 환경에 익숙해지는 긍정적인 첫 경험을 갖는 것이 차후 아이들이 정작 치과 치료를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한 백신이라 생각하시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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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라텍스 고무장갑 풍선에 나름대로 그림을 그렸다. 치과 유니트 체어에 앉아도 보고, 기구에서 나오는 물과 바람을 느껴보고, 진료용 고무장갑 풍선도 만들어 보면 치과에 친근감을 느낄 것이다. [사진 유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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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과대학에서 공부할 때 Best Hand로 뽑혔다. 즉 손기술이 가장 뛰어났다. Art라는 말은 기술과 예술을 뜻한다. 기술이 좋으면 예술과 같은 감동을 준다. 환자가 나한테 치료받고 나서 이렇게 말하는 환자가 많다. 어느 날 아주 가냘프지만 아리따운 여성 환자가 앞니가 너무 '검게 변색'되어 간다며 내원하였다. 앞니 중절 치아를 보철 치료하기 위하여 윗입술을 약간 흔들며 국소 마취를 하였다.

“자 이제 몇 분만 기다렸다 마취가 되면 치료 시작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자.

환자가 “언제 마취하셨어요?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요! 와 완전 예술인데요!"라며 감탄하는 것이었다.

치아치료를 위한 마취 주사가 아프다는 분들이 많은데, 나는 언제 주사를 맞았는지 모를 정도로 부드럽게 주사를 놓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드린다. 치과의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도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다. 아프지 않은 첫 경험을 한 사람은 그다음에 올 때도 별로 두려움을 갖지 않고 찾아온다. 소위 말하는 단골이 생긴다. 그리고 차후의 치료가 비록 불편하더라도 잘 감내하며 치료를 받아 내게 된다.

여러 순서의 보철 치료를 마치고 그 여자분께서 “원장님 손을 보험 드셔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니, 손 보험이라도 들어야 할까 보다.

유원희 WY 치과 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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