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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빅딜 전략' 몰랐나···靑 '하노이 회담'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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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관계 최상" 자부했던 靑, 왜 '북·미 노딜' 몰랐을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4일 ‘노딜(No Dealㆍ합의 불발)’로 끝난 제2차 북ㆍ미 정상회담의 결렬 과정에 대해 “참모진 중 아무도 합의서 없이 회담이 끝날 거라는 생각이나 관련 보고를 한 사람이 없었다”며 “회담을 앞두고 오히려 희망 섞인 분위기가 대세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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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2019년도 제1차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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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도한 낙관론에 부풀어있던 청와대와는 달리 정작 미국은 회담 결과를 낙관하지만은 않았다는 정황이 뒤늦게 부각되고 있다.

회담 전날인 27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돌연 ‘빅딜’과 ‘스몰딜’을 언급했다. 통상 빅딜은 완전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비롯한 체제보장의 맞교환을, 스몰딜은 빅딜의 일부 단계나 사안에 국한된 합의를 뜻한다.

김 대변인은 “빅딜 안에 스몰딜이 포함돼 있다. (스몰딜이) 입구이고 (빅딜이) 출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그 용어와 개념을 쓰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의 발언은 “미국이 스몰딜을 추진한다”는 뜻으로 해석됐지만 정작 미국은 협상에서 일괄타결을 시도했다. 반면 북한의 카드는 영변 핵시설에 국한된 비핵화, 즉 스몰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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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백악관은 예정보다 일찍 종료된 2차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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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특히 영변 시설 폐기를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동일어로 사용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결과적으로 북ㆍ미가 빅딜을 추진한다는 점이 확인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이 협상장에 ‘빅딜 또는 노딜’ 전략을 들고갈 것을 간과한 점은 뼈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판단 착오의 전조는 일찍부터 있었다. 지난달 24~25일 부산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나려던 볼턴 보좌관의 방한 일정이 취소된 게 그런 사례다. 협상 전 마지막 전략 공유 과정이 누락된 것이다. 19일 한ㆍ미 정상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남북경협의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지만, 그에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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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오른쪽)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시작 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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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태에서 문 대통령은 25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회담 성공을 전제로 평화와 경제협력에 방점을 둔 ‘신(新)한반도체제’ 구상을 발표했고, 김의겸 대변인은 “북ㆍ미 만의 종전 선언”까지 언급했다. 신한반도체제에 대해서는 “3ㆍ1절 기념사에서 구체화한다”며 결과를 재차 낙관했다. 2차 북·미회담의 성공을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북ㆍ미 정상 만찬 결과를 회담 당일인 28일 오전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정 실장의 보고를 받은 뒤 안보실 1ㆍ2차장을 동시에 교체했다. 특히 2차장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임명하며 회담 성공 이후 경협을 본격화할 뜻을 구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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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2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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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대변인은 베트남에서 회담 결렬 소식이 들려오기 불과 30분전 브리핑에서까지 “문 대통령이 청와대 실장들과 함께 서명식을 시청한 뒤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회담 성공 이후 한ㆍ미 정상회담이 어디에서 열리느냐를 놓고 반농진농의 대화까지 오고갔다.

그리고 김 대변인이 기자실을 떠난지 10분만에 백악관은 협상 결렬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엄청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노딜’을 전망했느냐는 질문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날 김 대변인은 “어디에서 매듭이 꼬였는지 하노이 회담 상황을 종합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바둑이라면 복기(復棋)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적으로 지나친 낙관무드에 젖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못한 과오를 반성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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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박 5일간의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친 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에서 평양행 전용열차에 오르고 있다.2019.3.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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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관련해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청와대가 2차 북·미 회담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빠져 그에 반하는 시그날은 무의식중에 보고에서 배제했던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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