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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트럼프 “돈 많이 드는 한미훈련 안할 것”… 한국에 불만 우회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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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핵담판 결렬]기자회견서 방위비 압박

동아일보

예정보다 일찍 떠난 에어포스원 28일 오후 6시 40분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워싱턴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을 이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한 뒤 오후 7시경(현지 시간)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회담이 결렬되면서 출국 일정이 당겨졌다. 하노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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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기자회견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오래전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하노이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돈 문제를 거론하며 대규모 한미 훈련 가능성에 대해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 동력을 남겨둔 것. 군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저강도 한미 훈련을 지속하며 꾸준히 대북 압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트럼프 “돈 아까워 훈련 안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앞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했던 건 수억 달러를 매 훈련마다 지출했기 때문”이라며 “대형 폭격기가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가는 데에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재차 확인하면서도 그것이 김 위원장과의 북핵 대화 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돈 때문”이라며 특유의 과장 어법을 섞어 설명한 것. 그러면서 “주한미군 훈련에 엄청나게 많은 돈이 드는데 군사훈련이 보기에는 좋아 보여도, 막대한 지출이 들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남북을 모두 겨냥한 포석으로 읽힌다. 북한을 항해선 “당장 훈련 재개를 하지는 않는다”고 밝히며 협상 모멘텀을 유지하는 한편, 한국을 향해서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압박했다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도 “한미 전쟁연습을 중단할 것이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면서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동시에 꺼냈다.

그러면서 이번엔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을 꼭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억 달러를 훈련에 지출하는 것을 꼭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돈을 한국으로부터 받는 것도 아니고, 엄청난 돈을 미국이 다른 나라를 지키기 위해 쓰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도 곧바로 “미국은 다른 국가로부터 이용만 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 합의된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한미 훈련, 하더라도 ‘로키’로

북-미 베트남 핵 담판이 결렬되면서 이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실시 여부가 주목된다. 앞서 한미 군 당국은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KR)는 4일부터 9일간,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은 15일부터 두 달가량 진행하기로 잠정 결정한 뒤 관련 준비를 해왔다. 다만 군 당국자는 28일 “(훈련 실시 여부를) 한미가 협의 중이고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적정 규모로 훈련을 실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4월 KR 실시 이후 주요 연합 훈련이 잇달아 중단된 상황에서 이번 훈련마저 취소할 경우 전시작전권 전환 대비와 연합방위태세에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도 나온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이날 연합 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한국군 관계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두 훈련은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로키(low-key)’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연합 훈련에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지적한 것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말한 것으로 모든 훈련을 취소한다는 의미는 아닌 것으로 본다. 한미가 향후 관련 논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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