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놀란 것 같아" 트럼프 깜짝 발언…'영변外 핵시설'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뒤 기자회견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북한의 은밀한 핵 시설을 발견했다고 깜짝 공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이 불발된 데는 영변 외(外) '플러스 알파'인 추가 핵 시설 폐지를 둘러싼 북·미간 이견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변보다 플러스 알파를 원했나'라는 질문에 "더 필요했다"며 "나오지 않은 것 중에 저희가 발견한 것들도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영변 핵 시설 외에도 규모가 굉장히 큰 핵 시설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북한의 추가 핵 시설을 찾았다고 공개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변 핵 시설의 경우 그 존재가 이미 널리 알려진 데다 미국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지만, 그 외의 핵 시설은 미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비밀 정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추가 핵 시설의 존재를) 저희가 알고 있었다는 데 대해서 북한이 놀랐던 것 같다"고도 말했다. 회담이 의견 차이로 결렬된 상황에서 굳이 상대 측인 북한의 반응까지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특정 의도가 있었을 거란 분석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해 8월9일(현지시간) 북한의 영변 핵 관련 시설에서 냉각수 배출, 차량 통행 등 일련의 작업이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이지만 원자로 가동 징후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추가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조만간 재개될 비핵화 및 대북제재 완화 협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핵·미사일 목록 신고에 소극적인 북한을 상대로 다음 협상 땐 보다 큰 비핵화 조치를 가져오라는 압박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영변 외 핵 시설로 '강선'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 등이 거론된다. 이 곳은 수천대의 원심분리기가 있으며, 지금까지 상당한 양의 핵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7월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를 인용해 이 곳을 '강성(Kangsong)' 발전소라고 공개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이후 이 곳의 이름을 '강선(kangson)'이라고 바로잡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자국에서 정치적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이번 협상에서 영변 외 핵 시설 폐지 및 포괄적 핵 신고를 대북제재 상응조치로 김 위원장에게 요구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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