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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북·미 ‘하노이선언’ 무산]김정은·트럼프 ‘모든 제재·모든 핵 제거’ 맞바꾸기 실패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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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못 찾은 북·미…‘합의 결렬’ 이유 뭘까

미국이 ICBM 프로그램 포함한 ‘전면 비핵화’ 요구 가능성

근본적 ‘딜’하다 합의 못했다면 ‘완전한 실패’로 볼수 없어



경향신문

확대정상회담장에 다 모인 북·미 실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에서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미국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북한 리용호 외무상, 신혜영 통역사, 김 위원장,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하노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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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8일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대담하고 근본적인 딜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큰 거래를 성사시키기엔 시간과 사전 준비가 부족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측이 ‘하노이선언’을 내놓지 못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대북 제재 해제’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제재 해제에 걸맞은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인식 차이이기도 하다. 북한이 제재완화가 아닌 해제를 원했다면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모든 핵과 모든 제재를 맞바꾸는 시도를 한 정황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이 끝난 뒤 JW메리어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담 결렬 배경에 대해 “모든 것이 제재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본적으로 북한은 ‘모든 제재의 해제’를 원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원했다”면서 “드러나지 않은 것 중에 우리가 발견한 게 있었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핵)목록 작성과 신고 같은 것들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언급으로 미뤄보면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부분적 제재완화를 주고받는 ‘단계적 합의’가 아니라 ‘모든 핵폐기와 모든 제재완화’를 바꾸는 근본적인 딜을 시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모든 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하자 미국이 영변 이외 모든 핵시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영변 이외 지역의 핵시설 등 한번의 만남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돌출하자 합의를 미루고 일단 돌아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당초 이번 회담에서는 북·미가 현실적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미국의 접근법이 단계적이고 현실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확실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실제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모든 핵과 ‘제재 전체 해제(sanctions lifted in their entirety)’를 바꾸는 큰 규모의 협상 시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담을 통해 크게 타결하기를 원했던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30분간 단독회담을 가진 뒤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 부분을 우리가 실제로 문서로 작성할 수 있다면 다들 아마 돈 내고 보고 싶어 할 것”이라며 획기적인 논의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이번 회담에서 ‘포괄적이고 획기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진지하고 심도 있는 의견들을 나눴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만약 양측이 이 같은 근본적인 딜을 시도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이라면 반드시 실패로만 볼 수는 없다. 갑작스럽게 모든 핵과 모든 제재를 주고받는 합의가 성사되기에는 준비가 충분치 않았고, 한번의 만남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갑자기 협상 규모가 커져버린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측이 제기될 수 있다. 마이클 코언 변호사의 청문회 등으로 커다란 정치적 곤경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큰 외교적 성과를 얻기 위해 목표를 상향조정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회담을 지켜본 외교 소식통은 “회담 내용에 대한 미국 측의 설명과 북한의 발표 등을 종합해봐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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