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강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청장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5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서울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며 전국 보안사이버요원과 서울경찰청·일선 경찰서 정보과 사이버 담당, 온라인 홍보담당 등 휘하 조직 1500여명을 동원해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정부 우호적 댓글·트위터 글 수만건을 달게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31일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검찰 측이 제시한 ‘지방청별 경찰 관련 온라인 이슈 모니터링 계획’ 문건에 따르면, 당시 조 전 청장이 경찰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경찰청 대변인실은 “온라인상 경찰 관련 이슈에 신속히 대응해 미담 사례 홍보효과 극대화 및 비난 사례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며 “각 지방청별로 온라인 모니터링 담당자를 지정하고, 온라인 모니터링 담당자는 주요 이슈 발생시 매일 오후 3시에 전자우편으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주요 온라인 이슈 적절 대응 및 누락시 추후 성과 평가에 반영한다”고도 덧붙였다.
2011년 경찰청 대변인실이 작성한 ‘지방청 홍보담당관실 성과평가 시행’ 문건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댓글 작성 등 여론 개입에 대한 가점·감점 등 성과 지표를 만들어서, 여론 개입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일선 경찰들에 인사 불이익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에는 언론 및 온라인 이슈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시에는 인사고과에서 최대 5점을 감점한다고 기재돼 있다. 반면 언론 및 온라인 이슈대응 우수사례에는 지방청별로 점수를 달리해서 0.25점에서 최대 1점까지 가점을 준다고 돼 있다. 서울·경기에는 건당 0.25점, 부산에는 0.5점, 대구·인천·경북·경남에는 0.75점의 가점을 주는 식이다.
검찰 측은 이 같은 문건들을 화면에 띄우고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청장 재직 당시 경찰청 대변인실 소속 경찰과 당시 경찰청 뉴미디어홍보계장에게 이런 정황을 추궁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문건 등을 종합하면, 당시 조 전 청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 한미 FTA,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같은 온라인 이슈 및 대응 방향을 일일히 정해서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는 조 전 청장이 기존 조직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온라인 여론대응을 위해 별도로 조직한 ‘폴알림e’ ‘온라인 커뮤니케이터’ ‘온라인소통계’ 등에 하달됐다. 지시를 받은 이들은 댓글 작성, 온라인 투표 참여 등을 이행했다.
한편 조 전 청장은 2011년 장자연씨 사건에 대한 여론 개입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은 2009년 숨진 장씨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지만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제기되던 때였다.
당시 증인(대변인실 소속 경찰)이 조 전 청장이 주재한 같은 해 3월7일자 회의를 메모한 업무일지에는 “장자연 사건 관련 보도 조짐 有→수사 잘못 없지만 전혀 대응 못해” “☆장자연 관련 아고라 등 모니터링!”이라고 적혀 있다.
검찰 측은 당시 경찰들이 단 댓글을 공개했다. 경찰들은 “장자연 관련 언론보도는 너무 원색적이다” “제보자의 신빙성이 너무 떨어진다. 작년에 찌라시에 나왔던 이야기에 불과하다” 등 댓글을 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댓글공작 지휘’ 혐의로 구속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1일 오후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2019.1.21/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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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조 전 청장이 2011년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 의원실 공식 홈페이지에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게시물을 무더기로 작성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도 추가적으로 공개됐다.
[단독]조현오 지시받은 경찰들, 국회의원 홈피에도 ‘조직적 댓글’ 작성했다
검찰 측이 제시한 ‘청장님 지시사항’ 등 증인(대변인실 소속 경찰)이 조 전 청장이 주재한 회의를 메모한 업무일지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2011년 3월 “(수사권 조정에) 부정적인 입장인 의원 홈피에 글도 남기고 국민 여론을 친경쪽으로 끌고와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 전 청장은 지방청별로 여론전을 벌일 국회의원을 각각 배정해서 의원의 공식 홈페이지에 압박성 글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측이 제시한 ‘2011년 11~12월 수사권 관련 행안·법사위원 등 대응실적’ 문건에 따르면, 조 전 청장 지시를 받은 경찰들은 당시 이인기 위원장 등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24명의 홈페이지에 수사권 조정 관련 글을 10998건 올렸다. 당시 우윤근 위원장 등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16명의 홈페이지에는 3388건의 글을 올렸다. 행안위는 경찰을 소관하고, 법사위는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등의 형사소송법 개정 여부를 소관하는 상임위였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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