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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정상은 이어 호텔 1층에 있는 라 베랑다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겨 친교 만찬(social dinner)를 시작했다. 양측 의전 실무협상팀은 양 정상이 앉을 자리로 원탁 테이블을 선택했다. 싱가포르 당시 마주보는 테이블을 사용한 업무 오찬(working lunch) 보다 친근함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다. 통상 만찬엔 건배주가 함께 나오고 건배사로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날 와인잔엔 냉수만 담겼다. 술을 일체 마시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이날 만찬 행사를 “공동 주최(joint hosted) 만찬”이라고 표현했다. 정부 당국자는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에서 만찬 포함 여부는 양 정상의 친밀도와 대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척도”라며 "공동이란 말을 쓴 것도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1차 회담에는 양 정상이 오찬만 했다. 외교부 의전 자문관을 지낸 최정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친교 만찬으로 성격을 잡은 이유는 본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푸는 워밍업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만찬 참석자를 공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 앞엔 "TH(The Honorable·'존경하는')"을, 김 위원장 앞에는 "H.E.(His Excellency)"를 붙였다. 의전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H.E.라는 표현은 옛 왕조시대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외국 정상에게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리 배치는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북한에선 신혜영(통역),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용호 외무상이 자리했고, 미국에선 이연향(통역) 박사,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앉았다. 북한이 만찬 참석자를 사실상의 비서실장 격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이 아닌 이용호 외무상으로 낙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비핵화 외교의 최전선에서 활약해온 베테랑을 내보내 만찬부터 '비핵화 탐색전'을 벌인 것이다.
배석자 수도 지난해 싱가포르의 업무 오찬보다 줄었다. 제한된 시간 동안 참석자 간 깊은 대화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미국측에선 폼페이오 장관,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 6명이 나왔다. 북한은 7명이 나왔는데 김영철과 김여정, 이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이 외무상 등이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이 만찬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만찬 메뉴를 두고도 옥신각신했다는 후문이다. CNN은 “만찬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까지 셰프들이 고전을 했다”며 “양측이 메뉴를 두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인데, 특히 미국이 ‘간단한 메뉴’를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측에선 친교 만찬이긴 하지만 비핵화 담판을 앞둔만큼 업무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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