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유통 및 성범죄 등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 입구 앞 모습. /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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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마약에서 출발한 '버닝썬' 수사가 경찰 유착으로 향하며 경찰발전위원회(경발위)의 역할논란에 불이 붙었다. 위촉부터 활동까지 감시·제어 장치가 없는 경발위가 취지와 달리 지역 민원창구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경찰과 국회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 유명클럽 '버닝썬'이 입주해 있던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의 최모 대표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강남경찰서 경발위원으로 활동했다. 최 대표는 르메르디앙서울호텔을 소유한 전원산업 대표로 전원산업은 버닝썬 지분 42%도 가지고 있다.
최근 버닝썬과 강남서 경찰관 유착 의혹으로 최 대표의 경발위원 활동 이력은 적절성에 물음표가 붙는다. 강남서와 최 대표 측은 유착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전원산업 측은 해명자료를 내고 "(경발위원은) 버닝썬 설립, 임대 계약과 관련 없다"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봉사하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의 유착 여부와 별개로, 경발위는 경찰과 지역 유착논란의 단골 소재로 등장해왔다. 2009년부터 경찰청예규에 근거해 운영된 경발위는 치안·행정 등에서 지역사회 협력을 위해 마련됐다. 각 지방청장·경찰서장이 위원 위촉부터 해임까지 활동권한을 갖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상급 기관의 지휘가 필요 없다.
위원장은 해당 지방청·경찰서의 경무과장이 맡는다. 위원의 위촉도 계·과장급 부서별 담당자가 추천해 지방청장·경찰서장이 정하는 폐쇄적 구조다. 때문에 경발위원에 경찰 이해관계자가 위촉되거나 운영규칙에 어긋나도 확인하거나 제재할 명분이 없다.
실제 경발위 구성을 10~30명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강남서는 39명을 뒀다. 위촉 대상도 지역사회 지도층 인사로 규정해 모호하다. 강남서는 총 39명 위원 가운데 24명이 사업가였다. 경찰 단속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흥업소 투자자가 반년 넘게 활동했지만 경발위 운영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25일 경발위원 일제점검을 지시를 내린 것도 이 배경에서다. 민 청장은 전국의 경발위원 가운데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유흥업소 종사자가 있는지 살피도록 했다.
전·현직 경찰 모임 무궁화클럽의 양동열 사무총장은 "경발위원은 예전부터 경찰 부정부패, 유착관계의 고리에서 핵심"이라며 "치안과는 특별히 관련이 없고 고위 간부들이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발위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보완책을 요구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발위는 어떤 권한도 지위도 없다 보니 명목상 지역 유지의 과시 역할로 쓰인다"며 "위원의 경력이나 자격요건을 면밀히 보는 등 선정 절차를 강화해서 경찰의 견제역할까지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선 버닝썬의 이모 대표의 집에 대해 마약 등과 관련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한편, 버닝썬 이사를 지냈던 빅뱅 승리(29·본명 이승현)가 지인들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등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동우 기자 canelo@mt.co.kr, 김지성 인턴기자 js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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