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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하노이 회담 올가이드]트럼프는 무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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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서두를 것 없다” 반복…핵·미사일 동결 그치나

중앙일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25일 하노이행 전용기 오르는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6~27일 두 번째 ‘핵 담판’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머릿 속엔 어떤 구상이 담겨있을까. 최근 그의 발언을 통해 ‘예상답안지’를 가늠해봤다.

국내 정치에 집중하느라 북한 관련 발언을 거의 하지 않던 트럼프의 입은 이달 들어 열리기 시작했다. 지난 8일 트윗에서 2차 정상회담 개최지가 베트남 하노이라고 공개하면서부터다.

트럼프는 트윗에서 “내 (스티브 비건) 대표가 매우 생산적인 회담(6~8일 평양)을 마치고 북한을 떠났다”며 “북한은 김정은의 리더십 아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다. 북한은 다른 종류의 로켓, 경제적인 로켓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 때만해도 북한에 경제지원 카드를 내보이며 ‘영변+알파’의 비핵화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얼마 후 트럼프는 비핵화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15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열흘여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속도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는 그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We just don't want testing)”고 말했다. 완전한 북핵 폐기가 아닌 핵·미사일 동결로 해석되며 파장을 낳았다. 2차 정상회담에서 핵·미사일 동결과 체제 보장 조치를 주고 받는 ‘스몰딜’우려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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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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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2차 정상회담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하는 이유는 며칠 뒤 조금씩 드러났다. 6~8일 평양에서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진행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의 보고를 받고 난 후 트럼프의 비핵화 발언 톤이 달라졌다는 것. 비핵화-상응 조치와 관련, 북한과 이견 차가 커 2차 정상회담에서 기대 이상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왔다. 북한은 대북제재 해제 혹은 완화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제재 해제가 없으면 우리는 영변 핵 사찰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의한 핵실험이 없는 한 서두를 것이 없다(As long as there’s no testing, I’m in no rush)”며 “실험이 있다면 별개의 문제이지만 그동안 실험이 없었다”고 말했다. ‘핵·미사일 실험 동결’ 수준에서 만족하는 듯한 언급을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는 20일부턴 더 나아가 북한과 추가 정상회담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의) 관계는 매우 견고하다. 매우 좋은 관계”라며 “이번(하노이 정상회담)이 행여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하노이 회담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한 워싱턴 조야를 의식했단 평가가 지배적이다. “비핵화 협상은 어차피 장기전”이란 발언을 통해 회담 후 쏟아질 수 있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 또는 완화하려는 목적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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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 중인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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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하노이로 출발하기 하루 전인 24일 백악관 연회에선 “북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 난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험이 없는 한은 우리는 행복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25일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하노이발 전용기에 탑승 전엔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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