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두달째 공석···계륵된 혁신성장본부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재웅 쏘카 대표 돌연 사임 後

민간 없이 정부측만 반쪽 운영

시한부 팀장 등 조직도 불안정

"상처만 날 뿐···" 민간인 기피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산하 임시 조직인 혁신성장본부가 2개월째 민간 본부장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해 말 초대 민간 본부장직에서 돌연 사임한 후 후임자를 구하지 못한 탓이다. 이호승 기재부 1차관이 홀로 정부 측 본부장을 맡아 혁신성장본부를 이끌고 있다.

민간 본부장 후임자가 언제 올지는 기약이 없다. 혁신성장을 이끌 주체는 민간인데, 민간 없이 정부 홀로 아등바등하는 꼴이다. 삐거덕거리는 혁신성장본부 운영이 마치 이해관계자 반발에 부딪혀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승차공유(카풀) 등 혁신성장 상황과 오버랩 된다는 씁쓸한 평가마저 나온다.

24일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혁신성장본부 민간 본부장에 적합한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면서 “혁신성장을 추진하는 정부로서는 민간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내에서는 민간 본부장 위촉에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득(得) 볼 게 딱히 안 보이는데 선뜻 누가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기재부도 민간 전문가 몇몇을 후보자로 추려놓고는 있지만 내부 검토만 하고 있을 뿐 아직 접촉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본부장 선임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은 업계가 그 자리를 일종의 ‘독이 든 성배’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사례만 봐도 이유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대외적으로 본부장직 사의를 밝히면서 “공유경제 분야에서 아무런 진전도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카카오 모빌리티 등 공유경제의 상징적 과제인 승차공유 사업에서 택시업계 반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직접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오히려 현재 카풀 허용에 극렬 반대하는 택시업계에 의해 검찰 고발을 당한 상태다. 최근 이용자가 급격히 불어나는 렌터카 기반의 차량 호출 서비스인 ‘타다’가 여객운수사업법을 위반했다는 게 택시업계의 주장이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이 대표가 창업한 쏘카의 자회사다. 이 대표가 타깃이 된 셈이다. 이 대표가 법적 맞대응을 예고해 양측 갈등이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조직이 불안정하다는 점도 기피 대상이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혁신성장본부 내 3개 팀 가운데 하나는 기재부 국장이 겸임하고 있고 나머지 2개 팀은 과장급이 전임 팀장을 맡고 있지만 올 하반기 해외 파견이 예정돼 있어 ‘시한부 팀장’에 가깝다. 성과가 나오기 어려운 임시 조직 구조인데다 정부 스스로 혁신성장본부를 들러리 조직화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상처만 날 뿐 실질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어느 누가 선뜻 본부장을 맡겠다고 나설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최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어느 시대 부총리인지 모르겠다”며 정면 비판한 것도 정부 움직임을 더 조심스럽게 만들고 있다. 홍 경제부총리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이해관계자 간 대타협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데 대한 비판이었다. 정부와 호흡을 맞췄던 혁신성장본부장이 거꾸로 정부 책임자를 겨냥한 만큼 그간의 내부 사정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당시 이 대표가 “국민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하고 있느냐”며 홍 부총리를 몰아세운 데 대해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국민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 대표의 논리는 정부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때 활용하는 논리인데 오히려 같은 논리로 정부가 공격을 받으니 당혹스럽다”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