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견소음 갈등에 각종 사건사고…'외국처럼 벌금 등 처벌도 고려해야'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이미지투데이)©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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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 전북 전주시 한 아파트에 사는 A군(15)은 지난 20일 위층에서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났다. A군은 견주인 B씨를 찾아 "개 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항의했다. 그러자 화가 난 B씨도 A군의 집을 찾았고, A군은 흉기를 들고 밖에 나오면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개 짖는 소리 때문에 공부에 방해가 됐다며 위협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두 사람의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다.
최근 아파트 등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개 짖는 소리 등으로 인한 층간소음 문제가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소음이 규제대상이 아니다보니 이웃간 갈등만 심화되는 상황으로, 관련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전체 민원을 조사한 결과 약 8%가 반려동물 소음 관련 민원이었다. 반려동물 민원 중 소음이 원인인 경우가 매년 45%를 넘는다. 서울시가 지난 2017년까지 25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서도 반려동물 소음민원은 2015년 1377건, 2016년 1505건, 2017년은 9월말까지 131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반려동물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는 일명 층견소음이라고도 불린다. 업계에 따르면 개들이 짖는 건 소통행위이지만, 심한 경우 공장가동 소리보다 큰 100㏈을 초과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호주의 한 골든리트리버는 113.1㏈을 기록하며 세계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다.
문제는 층견소음으로 각종 사건이나 사고를 유발한다는 점이다. 소음이 날 때 당사자들도 처음에는 말로 잘 풀려 하다가도 소음이 계속되면 폭행, 위협, 방화 등 심각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이같은 소음을 듣는 사람들은 휴식과 수면을 방해받음으로 인해 피로가 늘고, 불쾌감이 증가하며 공격적인 태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를 막지 못하는 대표적인 이유로는 층견소음이 현행법상 규제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층간소음은 '기계, 기구, 시설 등 물체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나 아파트 같이 특정장소에서 사람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강한 소리'로 규정하고 있다.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은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공동부령으로 정해져 있는데,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반려동물 소음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일부 공동주택에서는 주민들 사이에서 관리규약을 정하거나, 지자체 등에서 이같은 소음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펼치지만 실제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에서도 층견소음은 논란거리다. 프랑스 북부 소도시인 푀키에르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가 반복해서 심하게 짖는 경우 견주에게 벌금 68유로(약 8만7000원)를 부과하는 제도를 지난 11일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 견주는 개를 혼자 폐쇄된 공간에 두면 안 되고, 심하게 짖는 개는 실내에 머물게 해야 한다.
장 피에르 에스티엔느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밤낮으로 짖어대 참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 개들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지난 2012년 생트 포이 라 그랑드 마을에서도 관련조례를 통과시킨 바 있다. 영국은 견주 통제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개로 인해 사람이 손해를 볼 경우 처벌할 수 있고, 미국 일부 주는 반복적인 개소음이 날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개 소유권 박탈까지도 행하고 있다.
결국 견주와 주민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층견소음 규제를 마련하고, 반려동물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훈련사들에 따르면 층견소음의 대표적 원인인 개들이 크게 반복해서 짖는 건 문제행동 발현이다. 강아지 때부터 사회화교육을 시키고, 문제행동을 하지 않도록 산책 등 교육이 이뤄진다면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가 짖는 건 너무 당연한 행위지만, 견주가 아닌 주민들에게는 그 소리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규제 도입을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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