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방문시 정차 유력한 베트남역
문 닫고 보수공사 진행…철통보안
주민 "김정은 온다고 저런다 들어"
지난 1월 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가는 특별열차에서 환송 나온 중국 측 인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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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아시아경제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기차를 타고 베트남을 방문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로 하노이가 낙점됐을 때,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처럼 기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다수 전문가들은 "그래도 비행기를 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중국에서 보이는 관련 동향은 김 위원장의 기차 이용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22일 오후 베트남 랑선성 동당역은 문을 닫은 채 내부 수리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당역은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 가기 위해 전용 열차를 이용할 경우, 들를 가능성이 제기되는 중국 접경지역의 베트남 역이다.
앞서 20일 주요 외신은 보안·이동계획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은 베트남 동당까지 철로로 이동한 뒤, 여기서 차량으로 갈아타고 170km 가량을 달려 하노이에 도착할 것"이라고 전했다.
동당역 인근 주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온다고 역사를 닫고 보수하고 주변도 깨끗이 청소한다고 들었다"고 22일 연합뉴스측에 전했다. 또 다른 주민도 "김정은 위원장이 온다고 하니 저렇게 보수공사를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북한과 중국의 접경인 중국 단둥(丹東)에서도 구역 통제 동향이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열차를 타고 베트남으로 향한다면 단둥을 거칠 것이 확실시된다.
22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중조우의교가 훤히 내다보이는 중롄 호텔은 오는 23일 오전부터 손님을 받지 않기로 했으며 기존 투숙객도 이 시간에 맞춰 나가라고 통지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열차 편으로 중국을 방문할 경우 이 호텔은 투숙 예약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이 동향이 포착된 셈이다.
한 소식통은 "중롄 호텔은 오늘 중국인만 숙박이 가능하며 이마저도 내일 오전에는 방을 빼라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내부 수리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열차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가 북한이 원하던 하노이로 결정된 이후, 김 위원장의 육로 방문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행보를 재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다. 김 주석은 55년 전 베트남을 국빈방문하면서 당시 호치민 주석과 만났다. 김 주석은 1958년 방문 당시 평양에서 기차를 타고 중국 광저우(廣州)까지 간 뒤, 광저우에서는 비행기를 타고 하노이까지 갔다.
김일성 주석(오른쪽)과 호치민 주석 |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 들어 소원해진 북한-베트남 관계를 과거처럼 복원한다는 상징성을 과시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김일성 향수'를 통해 체제 정당성을 선전하는 효과가 있다.
하노이에 먼저 도착한 북측 인사들이 베트남-중국 접경지대를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는 점도 육로 방문 가능성을 키운다. 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은 17일 중국 국경과 가까이 있는 베트남 랑선성을 방문해 역을 시찰하고 도로와 치안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도 20일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을 인용, 베트남 철도 및 정부 당국 인사들로 구성된 한 팀이 최근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북부 랑선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팀의 랑선 방문 목적은 김 위원장의 열차 방문 가능성과 관련해 중국 당국과 협조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열차 이용은 여러 가지 개연성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올수록 육로 방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22일 베트남 하노이 시내 곳곳에는 북한과 미국, 베트남의 국기가 한 곳에 내걸려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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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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