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고용위기와 한국경제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고용참사 속 세금 쓰는 공공 일자리만 호황...미래세대에 부담 전가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일자리정부를 내세웠다.그로부터 1년 여가 지난 지금 일자리 정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취업자 증가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참사 수준이라 해도 지난친 말이 아니다. 더 심각한 것은 세금을 내는 민간 일자리는 급감하는 데 세금을 쓰는 공공일자리만 호황을 보인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잘못된 정책과 제조업의 부진이 민간일자리를 갉아먹자 재정을 투입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로 만회하려하면서다.

■1월 실업자 122만명 19년 만에 최대
1월 고용동향을 보자. 1월 취업자수는 1만9000명 증가에 그쳤고 실업자수는 122만4000명으로 19년 만에 최대다. 우리 경제의 주축인 30대와 40대에선 지난해보다 취업자가 29만2000명 줄었다. 한 가정의 가장인 이들의 취업난은 가계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울 것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가 17만명 줄었고,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각각 6만7000명, 4만명 감소했다. 건설업도 1만9000명 줄어들었다.

걱정이 되는 건 일자리 마이너스 행진이 단기간에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조업 부진은 쉽사리 회복될 것 같지 않고, 내수는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건설업은 부동산 시장 냉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안되니 집을 짓겠다는 움직임이 위축되고 있다. 올해 일자리 15만개를 늘리겠다는 정부 목표는 물 건너간 듯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가 호조를 보이는 곳이 있다. 바로 공무원, 공공기관 등 공공 일자리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공공부분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고 했다. 이 공약은 착착 진행중이다.

■고용참사 속 공공부문만 호황
지난 19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 공공 부문 일자리는 241만1000개로 1년 전에 비해 4만6000개나 늘어났다. 이는 2016년 증가폭(2만9000개)의 1.5배에 달하는 것이자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현 정부의 공무원 증원정책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통계청은 멋쩍었는지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9.0%로 상승했지만,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1.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주석을 달았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더 늘려도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통계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통계를 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프랑스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로 분류하는 사립학교 교직원이 국내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 제외됐다. 청소, 경비 용역이 많은 외주를 통한 간접고용 인력도 공공부문 일자리 통계에서 빠졌다.

■공공부문 고용비중 OECD 평균 못미친다?
실제 공공부문 고용 비중을 놓고 19대 대선 과정에서 후보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 후보이던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고용 비중이 7.6%로, OECD 평균(21.3%)의 3분의 1에 불과한 만큼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81만개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해당 통계에 공기업이나 위탁받은 민간 기업이 다 빠져있어 OECD 평균보다 적게 보일 수 있다며 직접 비교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선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공공기관이 선도적으로 일자리 확대에 나서야 한다며 2만5000명을 더 뽑겠다고 나섰다. 세금 내는 일자리는 참사 수준인데 세금 쓰고 규제를 만드는 일자리만 늘어나는 것이다. 문제는 '세금 일자리'가 정부의 주장대로 마중물이 되기는커녕 경제에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를 양산하면 재정 악화와 비효율을 초래하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일자리 해결책은 먼 데 있지 않다.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를 풀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울리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무리한 정책만 밀어붙이지 않아도 고용 상황은 개선될 수 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금융·증권 선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