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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단독] “정부, 비건 평양행 직전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방안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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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 “제재틀 내서 실행안 연구”

북한 노동자에 직접 임금 줄 경우

미국 제재강화법 예외조항 해당

미국 정부의 반응은 확인 안 돼

중앙일보

2차 북·미 정상회담 미국 실무진이 20일 하노이 국제공항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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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당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유지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 이를 미국 당국에 전달했다고 외교 소식통이 20일 전했다. 소식통은 “정부는 국제사회가 결정한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남북관계를 진행한다는 데 확고한 입장”이라며 “동시에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대북제재가 완전히 해제되지 않고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미국 측에 제공했다”고 알렸다. 이 소식통은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일정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도 가정해 이 같은 준비를 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1일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를 강조했던 만큼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제재의 틀 속에서 두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왔다. 소식통은 또 이 방안을 지난 6~8일 평양 방북에 앞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측이 이를 전적으로 동의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대량 현금이 유입되지 않는 방식으로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는지 연구해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그러다 논란을 낳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는 지금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고 번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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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베이징공항에서 하노이로 출발하는 북한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왼쪽 셋째). 오른쪽부터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실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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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이 검토한 방안은 북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거나 현물로 대신하는 방법이다. 현행 대북제재에 따르면 북한에 거액의 현금(벌크 캐시)을 줄 수 없다. 개성공단에 고용된 북한 근로자의 임금과 보험 등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공단의 가동이 중단되기 직전인 2015년 기준 연간 1억 달러 수준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당국이 이 돈을 근로자에게 주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전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우려로 인해 공단 가동을 막고 있다.

하지만 임금을 북한 당국이 아닌 근로자협의회 등을 통해 전달하거나 식량 등 인도적 지원 성격을 갖는 현물로 제공한다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법도 “임금과 혜택이 근로자에게 직접 제공되고 제공된 임금과 혜택을 근로자가 보유할 경우 제재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Section 9241b)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북한에 대한 현금 지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철도·도로 현대화 등 북한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비용을 상계처리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라고 한다.

금강산 관광 비용도 유사한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현대아산은 50년 동안 금강산 지역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대가로 9억4200만 달러를 주기로 했다”며 “이는 거액의 현금이 북한에 유입되는 것이어서 국제사회에서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광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닌 만큼 비자를 발급받듯 관광객 각자가 현지에서 소액을 지급하거나 국제은행 등에 예치한 뒤 핵 문제가 해결됐을 때 일괄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벌크 캐시’ 문제를 피해도 공장 가동을 위한 설비와 원자재, 관광에 필요한 비품이나 차량 등 장비 중 대다수가 제재 대상이라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북한이 이런 우회적 방법을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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