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서두를 것 없다" 5번 강조…트럼프, 회담 앞두고 기대 낮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미북정상회담 D-6 ◆

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미·북정상회담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한 번 '속도 조절'을 강조하며 회담 결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주는 매우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많은 것이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우리는 궁극적으로 비핵화가 필요하다"면서도 "나는 특별히 서두르지 않는다.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2분간 하노이 정상회담에 대해 설명하면서 '노 러시(No rush·서두르지 않는다)'란 말을 네 번이나 반복했다. "긴박한 시간표는 없다(No pressing time schedule)"는 말까지 합하면 속도 조절을 총 다섯 번이나 강조한 셈이다.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하며 '궁극적으로(Ultimately)'란 표현도 네 번 따라붙었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성취할 단기적 목표가 아니라 긴 과정을 거쳐 도달하는 장기적 목표라는 의미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협상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한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대북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국제검증 허용 수준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도 상응 조치에 해당하는 제재 완화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로버트 팰러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 상응 조치에 제재 문제가 포함될지에 대해 "우리는 제재에 관해 분명히 해왔다"면서 "이것은 세계의 제재이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속도 조절론의 또 다른 근거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다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북핵 위협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라는 이야기다.

두 가지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상태에서 체감하는 고통이 큰 것은 경제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며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북한의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가 없으면 제재 완화는 없을 것이라는 점을 재천명한 것"이라며 "'핵과 미사일 실험이 없는 지금 상태에도 충분히 만족한다, 추가 조치를 원한다면 뭔가를 가지고 와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이날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비핵화에 대한 공통의 정의조차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 기대를 하진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회담 후에도) 실무협상을 계속할 것이란 공개적 약속을 얻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8일 평양 실무회담 이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목표치를 스스로 낮춰 잡은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과적으로 서로 먼저 과감한 조치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뒷짐'을 지고 한발 비켜 서버린 형국이 됐다.

현시점에서 보면 하노이 정상회담은 '스몰 딜'에 그치고 미국 의회 등 워싱턴 조야에서는 다시 트럼프 정부의 톱다운식 접근에 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아직 정상회담까지 6일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의전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예상보다 미뤄져 온 실무협상은 21일께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나란히 20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해 본격적인 의제 조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4대 합의 중 하나인 미군 유해 송환 문제도 다시 회담 의제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평양에서 하노이로 향할 가능성에 베트남 정부가 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베트남 현지언론이 20일 전했다. 베트남 일간 뚜오이쩨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 철도 및 정부 당국 인사들로 구성된 팀이 최근 중국과 접경하고 있는 북부 랑선성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팀은 김 위원장의 열차 방문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당국과의 협조를 위해 이곳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