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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印모디노믹스 돌풍...'충격요법' 부작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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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21~22일 4년 만에 방한…인도 경제와 모디노믹스

아주경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1~22일 4년 만에 다시 한국을 국빈방문한다. 문재인 정부는 모디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신남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인 인도와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모디 총리의 방한에 맞춰 2014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모디노믹스'와 인도 경제의 현주소, 모디 총리의 운명을 가를 차기 총선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집권 이듬해인 2015년 5월 한국을 국빈방문했다. 방한 기간 중 그는 청계천을 돌아본 적이 있다. 인근에서 지켜본 그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모디 총리를 둘러싼 인도인들이 그에게서 신성을 느끼는 듯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은 모디 총리에게 열광적이었다.

◆지방 노점상서 총리로...'모디노믹스' 돌풍

2014년 인도 총선의 화두는 단연 '모디노믹스(Modinomics)'였다. 모디노믹스는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그는 당시 구자라트주(州) 총리로 집권 인도국민회의(INC)의 60년 아성을 무너뜨렸다. INC가 인도 독립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와 국부로 추앙받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가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모디노믹스 돌풍이 얼마나 거셌는지 짐작할 만하다.

인도 유권자들이 INC에 등을 돌린 건 부정부패와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탓이었다. 한때 초고속 성장세로 신흥국 대표주자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일원으로 꼽힌 인도다. 2014년 총선 즈음엔 경제난이 한창이었다. 인도는 당시 인도네시아, 브라질, 남아공, 터키와 함께 미국의 통화긴축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 '5대 취약국'(fragile 5)으로 전락해 있었다.

모디노믹스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장기집권 정권에 대한 불신에 휩싸인 인도 유권자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모디가 주총리로 취임한 2001년부터 구자라트주가 보여준 초고속 경제 성장세와 과감한 개혁 행보가 배경이 됐다. 2001~2012년 구자라트주의 실질 성장률은 연평균 10.1%로 인도 전체의 7.7%를 훌쩍 웃돌았다. 이에 더해 모디는 선거 유세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경제 개혁과 정부 영향력 축소 등을 통해 이룬 구자라트주의 성장과 산업화의 혜택이 모든 인도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디 총리는 기업들에 대한 '세(稅) 테러' 근절을 위한 세제 간소화 등 친기업 정책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모디노믹스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리즘'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디가 작은 정부를 통한 시장 개혁과 친기업 정책을 중시하고 복지 혜택을 축소해 수십년간 이어진 사회주의 성향의 경제정책과 선을 그으려 했다는 점에서다. 모디 총리와 대처 전 총리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닮은꼴이다. 모디는 지방 노점상 출신이고, 대처는 영국 중부 작은 마을의 식료품가게 둘째 딸로 자랐다.

◆집권 초 후한 평가...재선 도전 좌불안석

모디 총리는 집권 초 후한 평가를 받았다. 개혁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모디노믹스에 열광한 인도인들은 그의 과감한 개혁의지를 의심하지 않았다. 기대감은 시장에도 반영됐다. 모디 총리 취임 이후 1년간 인도 뭄바이 증시 대표지수인 선섹스지수는 20%가량 뛰었다.

투자자들은 무엇보다 모디 총리가 수도 뉴델리의 관료사회를 중심으로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강조한 것을 높이 샀다. 당시 인도 정부 관료들은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고위직들의 출근 시간이 당겨지고, 이들이 골프장에서 보내는 시간도 줄었다고 귀띔했다. 모디 총리가 힌두 강경론자인 것도 관료사회 개혁의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요즘 좌불안석이다. 집권 초 한때 80%가 넘었던 지지율이 지난해 30%대로 떨어졌고, 올해는 2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오는 4~5월 총선에서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이미 지난해 12월 치른 지역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했다. 마디아프라데시, 라자스탄 등 중·북부 '텃밭' 지역에서의 패배는 BJP의 총선가도에 경고신호가 되기에 충분했다.

궁지에 몰린 모디 총리가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에 열을 올리면서 그동안 이룬 경제적 성과를 물거품으로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 역시 고조되고 있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파텔 전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파텔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RBI의 독립성 우려를 자극해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표심에 대한 모디의 집착은 최근 발표한 2019~2020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예산안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저소득 농가에 약 6000루피(약 9만4800원)의 현금을 주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인도 재무부는 소규모 농가 전체의 90%가 지급 대상이 될 것으로 봤다. 인도에서 농민은 전체 유권자의 70%를 차지한다.

모디 정부는 빈곤층을 위한 새 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소득세의 비과세 한도액을 인상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막대한 재정지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충격요법' 부작용...경제운용력 불신

블룸버그는 모디 총리의 지지율이 떨어진 게 경제에 대한 신뢰 저하 탓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모디의 '충격요법'이 인도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모디가 쓴 충격요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는 2016년 11월 500루피와 1000루피 등 고액권의 사용을 금지했다. 인도 정부가 유통 중인 법정화폐를 거둬들인 건 197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액권 사용 금지 조치는 부정부패 척결과 '검은돈' 근절을 위한 것이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총선에서 탈세와 불법소득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로 내걸었다.

문제는 너무 갑작스러운 화폐개혁이 대혼란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당시 모디 총리는 예정에 없던 대국민연설을 통해 고액권 사용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500루피와 1000루피짜리 지폐가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는 시한이 불과 4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인도 정부는 새 화폐를 제때,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혼란을 부채질했고, 인도 최대 일자리 공급원이자, 검은돈의 산실인 건설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인도 정부의 세수 감소와 경제성장 둔화를 초래했다. 전문가들은 모디 정부의 고액권 사용 금지 조치에 대해 의도는 좋았지만, 적용하는 방식이 틀렸다고 입을 모은다.

두 번째 충격요법은 이듬해 7월에 있었다. 전국을 단일 조세체제로 묶는 통합간접세(GST)를 도입한 것이다. 인도 독립 이후 최대 규모의 세제개편이었다. 세금회피를 철저히 막아 세수를 늘리는 데 방점을 찍었다. 재정적자를 줄이는 동시에 도로와 학교 등 공공기반시설 투자를 늘려 인도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세제개편에 따른 관망세로 소비와 투자가 미뤄지면서 3년간 평균 7%를 웃돌던 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는 화폐개혁과 GST 도입 같은 극단적인 조치들이 모디 정부의 경제 운용 능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꼬집었다.

◆ 印, 2030년 美 제친다...中과 'G2' 경제 부상

그럼에도 인도 경제의 장기적인 미래는 여전히 밝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지난달에 낸 보고서에서 인도가 오는 2030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중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가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양강(G2)으로 거듭나는 셈이다.

보고서는 주요국 물가수준을 고려한 구매력평가지수(PPP)와 환율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삼아 분석했다. 이 결과, 2030년 경제규모는 중국이 64조2000억 달러, 인도 46조3000억 달러, 미국은 31조 달러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또 2020년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7.8%를 기록하고, 중국의 성장률은 5%대에 그칠 것으로 봤다.

성장둔화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중국은 인도가 압도적인 성장세 우위를 보이자 통계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경제의 활력을 13억이 훌쩍 넘는 인구에서 찾는다. 특히 젊은 층의 비중이 높고 경제성장으로 늘어난 소득에 따른 소비 증가세에 주목한다. 인도가 중국, 미국, 일본 다음 가는 세계 4위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한 게 인도 경제의 가능성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소득이 늘어난 젊은 층의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회사 IHS마킷은 인도가 향후 10년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성장세로 2020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 경제의 새 성장동력으로 여성을 꼽기도 했다.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인도 여성들을 일자리로 불러모으면 경제 성장세에 막강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에서 여성이 남성 고용률을 따라잡으면 2억3500만명의 노동력이 더 공급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 전체 고용자 수를 넘어서는 것으로, 인도를 제외한 아시아 전역의 공장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 엄청난 인력이라는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가 여성의 경제활동을 촉진해 고용시장의 성비 균형을 바로잡으면, 경제 규모를 27%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는 열악한 여성의 인권 개선 등 비경제적인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인도가 여성 고용률을 높이려면 보수적인 사회관행을 혁신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unews.com

김신회 raskol@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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