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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트럼프 때문에…‘헌법 전쟁’ 불붙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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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 주,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위헌” 반발…소송 제기

일부 관료들의 ‘대통령 직무 박탈 논의’ 증언도 재점화

폭스뉴스 “쿠데타”…WP “헌법 절차 따른 시스템 일부”



경향신문

“트럼프가 최악의 비상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면을 쓴 사람이 미국 ‘대통령의 날’인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근처에서 ‘당신에게 내가 최악의 비상사태’라고 쓴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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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헌법 논쟁으로 빠져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 건설을 위해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에 대해 미국 16개 주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고, 연방정부 일부 관료들이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박탈을 논의했다는 증언을 두고 논쟁이 재점화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현지시간)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비롯해 16개 주 법무장관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전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50개 주 가운데 3분의 1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것이다. 1곳을 제외하곤 모두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곳이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의회가 다른 곳에 편성한 예산을 대통령이 전용하면 헌법이 정한 권력 분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의회가 2019년 예산안을 가결했고 대통령이 서명한 이상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가 배정하지 않은 예산을 재무부로부터 끌어다 쓸 수 없도록 한 다른 헌법 조항도 근거로 제시했다. 원고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사태 선포를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계획”이라고 비판하고 “미국 헌법이 명시한 권력 분립 원칙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주민과 천연자원, 경제적 이익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기간 동안 비상사태를 근거로 한 대통령의 예산 전용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자신이 요구한 56억달러 규모의 국경장벽 예산 승인을 거부하자 지난 14일 ‘국가비상사태법’을 근거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은 비상사태에 대처하기 위한 재원을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대통령 직무 이양 및 박탈에 관한 규정을 담고 있는 미국 수정헌법 25조를 둘러싼 논쟁도 재점화됐다. 앤드루 매케이브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대행이 지난 17일 방송된 CBS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해임했을 당시 법무부 당국자들이 수정헌법 25조 적용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히면서다. 뉴욕타임스도 지난해 9월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이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거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1963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사건을 계기로 1967년 제정된 수정헌법 25조는 부통령과 행정 각부를 책임지는 각료 과반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의회에 통보하면 대통령에게 직무에서 물러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를 거부하면 상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직무가 박탈된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이 뉴스를 전달하면서 여러 차례 ‘쿠데타’라는 표현을 동원했다.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무력 이용의 정권 정복에 빈댓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언급을 리트윗하면서 “맞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헌법이 정한 시스템을 이용해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쿠데타가 아니다”라면서 “수정헌법 25조가 정한 절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것은 탄핵 절차를 거쳐 물러나게 하거나 2020년 대선에서 다른 후보에 투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스템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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