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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타임아웃] 축구 스코어 0대20… 이탈리아 리그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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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에 선수들 떠난 3부팀, 유소년 7명 급히 모아 출전

"스포츠에 대한 모독이다."

가브리엘 그라비나 이탈리아축구연맹 회장이 0대20이라는 황당한 스코어를 기록한 자국 리그 경기를 두고 한 말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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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부리그의 프로 피아첸차는 18일(한국 시각) 쿠네오와의 원정 경기에서 0대20으로 대패했다. 전반에만 16골을 넣은 쿠네오는 후반에 주전을 대부분 빼고도 4골을 추가했다.

아마추어나 친선 경기도 아닌 '축구 강국' 이탈리아의 프로리그 무대에서 이런 스코어가 나온 데는 사연이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프로 피아첸차는 극심한 재정난으로 지난해 8월부터 급여를 받지 못한 선수단 대부분이 팀을 떠난 상황이었다. 선수 구성을 못해 이번 시즌 이미 세 경기를 치르지 못한 프로 피아첸차는 네 번째 경기마저 몰수패를 당하면 리그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몰렸다. 어떻게든 경기를 치르기 위해 몰수패를 면하는 최소 출전 인원인 7명을 급히 모았다. 모두 10대 유소년 선수들이었다. 19세 주장은 감독도 겸했다. 이들 중 한 선수가 신분 증명 서류를 빠뜨리는 바람에 39세 장비 담당 직원이 대신 선발 출전해야 했다. 빌린 유니폼 이름을 테이프로 가리고 뛰던 직원이 근육 경련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서류를 갖고 온 선수와 교체되는 웃지 못할 장면도 빚어졌다. 이탈리아 3부리그를 주관하는 레가 프로의 기렐리 회장은 "축구사의 어두운 페이지"라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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