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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하노이 리포트] 하노이는 `리틀한국`…김정은 주요 동선 곳곳에 한국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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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美北정상회담 D-8 ◆

매일경제

`김정은 호위책임` 김철규
김철규 북한 호위사령부 부사령관이 18일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정부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나서고 있다. 그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에서도 경호를 총괄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제2차 미·북정상회담을 위해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출장길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출장길을 따라가 보면 연내 성사가 유력한 남북정상회담 서울 답방의 '전초전'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노이는 '리틀 한국'으로 불리기에 손색없을 정도로 한국 인프라스트럭처가 짙게 깔려 있어 한국의 발전된 경제상과 기업 분위기를 느끼는 데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현지에서는 김 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에서 남북 경제 교류에 나서기 위한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과 협력 구도를 그리는 데 필요한 힌트도 적잖게 얻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18일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올해 들어 7000곳을 돌파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노이에 사는 한국 교민은 최근 7만명에 육박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하노이 인근 박닌과 타이응우옌에 자리 잡은 삼성전자 공장은 매년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전 세계 스마트폰 물량의 약 절반(1억6000만대)을 만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

비즈니스를 위해 베트남에 몰려든 기업 때문에 교민 숫자가 급격히 늘고, 늘어난 교민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선순환구도가 자리 잡았다. 그 덕에 하노이에 깔린 한국 인프라는 상상 이상이다. 김 위원장이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 간판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북부 노이바이 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삼성전자 대형 광고판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으로 보인다. 노이바이 공항을 비롯한 하노이 전역에서는 삼성 이외에 신한은행, 효성, 현대차, 우리은행, 롯데마트 등 광고판이 즐비하다.

김기준 KOTRA 동남아대양주지역본부장은 "하노이는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은 곳"이라며 "거리에서 한국어를 영어만큼 쉽게 들을 수 있어 '제2의 한국'으로 불러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공항을 떠나 하노이 시내에 진입할 때는 거리를 가득 수놓은 현대차를 목격하게 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 시장에서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5만5924대가 판매됐다.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5만대 고지를 돌파했다. 점유율 기준으로 따지면 도요타에 이어 2위(19.4%)다. 지난해 판매된 차 5대 중 1대에 현대차 로고가 찍혀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택시 업계에서 선호하는 'i10'은 현지에서 가파른 인기를 얻고 있다. i10을 끌고 다니는 그랩 기사 응우옌아인뚜언 씨는 "i10은 잔고장이 적고 연비가 좋아 기사들이 사랑하는 차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베트남 모델'을 참고해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루려는 김 위원장으로서는 현대차를 북한에 유치해 산업 발전을 꾀하려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미·북정상회담에서 한국 쌍용건설이 지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에 올라간 바 있다. 2차 회담 때도 비슷한 동선이 계획된다면 유력한 후보는 '하노이랜드마크72' 빌딩과 '롯데센터'가 될 전망이다. 하노이랜드마크72는 한국의 경남기업이, 롯데센터는 롯데건설이 시공했다. 두 건물 모두 한국계 기업이 다수 입점하고 있어 김 위원장 방문이 성사되면 한국 기업과의 접점도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랜드마크72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NH투자증권을 비롯한 한국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 교민 밀집 지역인 '경남아파트'가 같은 단지 안에 있다.

롯데센터에는 롯데호텔 하노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에 있는 백화점, 호텔 등과 매장 분위기가 거의 흡사하다. 김 위원장이 이곳에 들를 경우 서울에 방문해 백화점을 시찰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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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는 김 위원장이 '한류 열풍'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곳으로도 꼽힌다. 거리 곳곳에서 박항서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모델로 한 광고와 상품을 찾을 수 있다. 한국의 BTS, 블랙핑크, 빅뱅을 비롯한 아이돌그룹 노래가 도심 전역에 울려퍼진다. 한국 CJ CGV는 베트남 스크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하노이 스크린 시장 점유율 40% 이상을 기록 중이다.

김 위원장이 하노이 동쪽에 있는 하이퐁, 할롱베이로 산업·관광단지 시찰을 나간다면 한국의 삼성전자, LG전자 공장 근처를 지나게 된다. 김 위원장이 공장에 들를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먼 발치에서 웅장한 공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하노이 서쪽에 자리 잡은 호아락 하이테크 산단을 가면 항공기 엔진부품을 만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을 만나게 된다. 호아락 산단에서 단일 공장 기준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규모가 가장 크다. 김도현 주베트남대사는 "베트남과 한국, 북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3각 경제협력 모델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 홍장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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