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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고통의 1분 뒤… 스키요정, 새 역사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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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프린, 폐렴으로 시달리면서도 최종 2차 시기서 완벽한 레이스

세계선수권 여자 회전 우승… 남녀 통틀어 단일종목 첫 4연패

1차 시기는 1위 기록에 0.15초 뒤진 57초23으로 3위. 경기를 마무리하려면 한 번 더 슬로프를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폐렴 때문에 숨도 쉬기 힘들었다. 기침이 심해 배까지 아플 정도였다. 몸에는 힘이 없었다. 헉헉 대는 딸이 딱해 보인 어머니가 말했다. "안 해도 돼."

그 말을 듣자 오기가 생겼다. 1분만 참으면 된다. 승부는 중요치 않았다. 스키를 타고 레이스를 마치고 싶었다. 그는 눈밭을 부드럽게 가로지르며 내려왔다. 이전 선수보다 빠르게 기문을 통과하자 환호성이 터졌다. 59초82 만에 슬로프를 내려온 그는 입을 크게 벌렸다. 레이스 막판 호흡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통의 1분은 얼마 후 평생 잊지 못할 1분이 됐다. 이어 경기한 1차 시기 1~2위 선수들 기록이 뒤처지면서 자신이 최종 1위를 한 것이다.

미케일라 시프린(24·미국)이 17일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세계선수권(스웨덴 아레) 대회 여자 회전 경기에서 1, 2차 합계 1분57초05로 안나 스벤 라르손(28·스웨덴·1분57초63)을 0.58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선수권 회전 종목 4회 연속 우승(2013~2019년)이다. 남녀 통틀어 세계선수권 사상 한 종목 4연패(連覇)를 이룬 것은 시프린이 처음이다.

시프린은 이날 폐렴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기 어려운데도 완벽한 레이스를 펼쳤다. 이 경기 3위 페트라 블로바(24·슬로바키아·1분58초08)의 코치가 시프린의 두 번째 레이스를 보고 "기술적으로 배울 게 많았다. 수차례 되돌려 봐야겠다"고 할 정도였다. 시프린은 "2차 시기 레이스 때만 빼곤 온종일 몸이 좋지 않았다. 아파서 오히려 긴장을 안 한 것 같다"며 "4연패를 이뤄 정말 기쁘다"고 했다.

'스키 요정'으로 불리는 시프린은 올해 세계선수권을 통해 어릴 적 자신의 우상이었던 '스키 여제' 린지 본(35· 미국)의 시대를 끝내고 왕관을 이어받을 준비를 끝냈다. 시프린은 이번 대회에서 회전 및 수퍼대회전 우승, 대회전 3위로 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 통산 메달 7개(금 5, 은 1, 동 1)로 이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 본의 8개(금 2, 은 3, 동 3)에 바짝 다가섰다. 남녀 역대 세계선수권 최다 메달은 1930년대 활약했던 크리스틀 크란츠(독일)의 15개다.

시프린은 FIS 알파인 월드컵에서도 통산 56승으로 남녀 역대 5위에 올라 있다. 아직 나이가 어려 큰 부상만 없으면 본(82승·2위)을 넘어 잉에마르 스텐마르크(63·스웨덴)의 최다승(86승) 기록까지 넘볼 수 있다.

[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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