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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트럼프 “북·미 회담 성공할 것, 난 서두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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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장벽 회견서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길 원해”

‘완전 비핵화’ 아닌 ‘실험 중지’로 협상 목표 낮췄다는 의혹도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내 로즈가든에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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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낙관론을 피력했다. 그는 “속도에 관해서는 서두를 것이 없다”면서 기존에 폈던 속도조절론도 내세웠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았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목표치를 낮춘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연 국경장벽 관련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음을 전하며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행운이 깃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는 로켓이나 미사일 발사가 없고 핵실험도 없다. 한국전에 참전했던 우리 위대한 영웅들의 유해가 돌아왔고 인질들도 송환됐다”고 1차 회담의 성과를 자평하고 “이번에도 똑같이 성공하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속도에 대해 서두를 게 없다”며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이 없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서두를 게 없다’는 발언은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시간에 쫓겨 주도권을 북한에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해온 말이다. 시간을 끌수록 강력한 제재에 직면해 있는 북한이 받을 고통이 더 커진다면서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그가 “알다시피 제재들도 그대로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도 우리를 도왔다”면서 이 두 국가가 유엔 대북 제재 이행에 동참해왔음을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진짜로 미국을 이용해왔다. 수십억달러가 그들에게 지급됐다.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도 했다. 북한의 요구를 먼저 들어주고 비핵화 이행은 실현되지 않았던 과거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핵·미사일 실험이 없기를 바란다’는 발언은 지난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미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는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하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꼽아왔다. 따라서 이 같은 상태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트럼프 정부가 북·미 협상 목표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라 핵 프로그램 동결이나 핵·미사일 실험 중지 같은 ‘현상유지’로 낮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런 분석이 맞을 경우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기 위한 동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인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는 데 대해 신경 쓰지 않는 게 분명하다”면서 “문제는 행정부 내 일부 인사들 역시 그러느냐의 여부”라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열릴 것이란 사실을 알리면서 ‘비핵화’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측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미국 측 협상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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