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최저임금 감당 힘든 건
보완조치 입법과 속도 안 맞는 탓”
문 대통령 만나 2시간 하소연
“카드 수수료 부담” 협상권 요청
문 대통령 “최저임금 결정 과정
소상공인 의견 충분히 반영할것”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못하는 경우가 많다.”(이재광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공동의장)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에서 맞닥뜨린 최저임금 인상의 현주소다. 이날 간담회는 자영업·소상공인 80여 명과 협회 관계자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 30분부터 두 시간 넘게 오찬을 겸해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1월 7일), 기업인과의 대화(1월 15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2월 7일)에 이어 네 번째 경제계와의 대화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자영업과 소상공인들의 형편은 여전히 어려운데 최저임금의 인상도 설상가상으로 어려움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이재광 의장은 “(4대 보험 부담 때문에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없으니) 한시적으로라도 2대 보험만이라도 우선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회보험료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있다”고 답했다.
2년 연속 최저임금이 두 자릿수로 인상됐으니 내년도 최저임금은 동결해 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소상공인 “일자리자금 받고싶어도 4대 보험료가 겁나”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자영업·소상공인 160여 명을 초청해 간담회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는 자영업의 형편이 나아지는 원년이 됐으면 한다“며 ’최저임금의 인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의견도 충분히 대변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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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속도조절론에는 일정 부분 동의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상 폭을 조절해 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법 등을 통한 보완조치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당·정은 다음 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 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카드 수수료 문제도 지적됐다. 김성민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카드 수수료가 인하됐지만 새로 반영된 수수료 용지를 받아보면 카드사들이 사실 약속을 안 지키고 있는 부분이 많다”며 “금융계에서 카드 수수료 협상권을 저희 자영업자들에게 부여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맹점 협상권 부여 문제는 단체 소속 가맹점과 그렇지 않은 가맹점 사이의 공정성 문제가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나서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경우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도 단체협약의 효력을 미치게 하는 구속력 제도 같은 것이 있다”고 보충 답변을 하기도 했다.
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수수료가 발생하는 어려움(정재안 소상공인자영업연합회 대표)에 대해 문 대통령은 “검찰청의 벌금 납부도 과거에는 카드 납부가 안 되다 요즘은 국민 편의를 위해 카드 납부가 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를 2%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국민의 부담을 높이는 것이니 한번 방안을 찾아 보라”고 최종구 위원장에게 지시했다.
이 밖에 간담회에서 제로페이 홍보 부족, 라벨갈이(값싼 외국산 상품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것)의 심각성, 자영업자에 대한 생활보장 제도 등에 대한 건의사항 등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아직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자영업·소상공인 의견 수렴에 적극 나선 것은 집권 중반기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 나가는 데 자영업자의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일각에서는 ‘이·영·자(20대 남성, 영남, 자영업자에서 지지율 급락)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 중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가게를 하신 적도 있었는데,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거나 배달을 했다”며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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