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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트럼프, 베네수엘라 언급하며 “사회주의는 안돼” 대선 겨냥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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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3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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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현지시간) 국정연설에서 “미국은 결코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反)사회주의 메시지를 던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색깔론’을 꺼내 들었다. 표면상으론 심각한 경제 위기와 정치 혼란을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향한 ‘외치용’ 발언이었지만, 사실상 민주당 차기 대선 후보들을 겨냥한 ‘내치용’ 담론이란 분석이다.

백악관은 13일 일반 미국시민들에게 보낸 홍보용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고통 받아선 안 된다”라며 ‘사회주의 때리기’에 열을 올렸다. 연결고리는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이었다. 백악관은 ‘미국과 콜롬비아는 베네수엘라 사태에서 사회주의자 마두로 정권에 반대하는 같은 입장에 있다’고 언급한 뒤 “여기 미국에서도 사회주의를 채택해야 한다는 새로운 요구들이 우릴 놀라게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 발언을 이어 붙였다. 최근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내놓은 ‘좌 클릭’ 정책을 간접 비판한 것이다.

백악관은 이어 “베네수엘라부터 마오(마오쩌둥ㆍ毛澤東)주의 중국, 쿠바, 소련까지 사회주의는 현대 사회의 번영을 원시 사회의 결핍으로 변화시킨다”면서 “미국 진보주의자들이 사회주의의 ‘성공 이야기’로 얘기하는 북유럽 국가들의 생활수준 역시 미국보다 적어도 15% 낮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은 “미국은 국가의 장악과 지배가 아닌 자유와 독립에 기반해 건국된 나라”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마무리하며, 베네수엘라의 위기를 미국 체제의 우월성과 연결 지었다.

백악관은 반사회주의 프레임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게시물에 지난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가 채택한 ‘사회주의의 기회비용’ 보고서를 첨부했다. 보고서는 베네수엘라 등 사회주의 경제의 붕괴 사례를 설명하고, 민주당의 중간선거 공약이었던 ‘메디케어’(65세 이상 의료보험)의 전국민 확대 적용 계획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미국의 경제 정책을 베네수엘라 등의 사회주의 정책으로 대체하면 장기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0%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한다. 한국과 북한의 경제를 비교하는 대목도 있다. 보고서는 세계경제자유지수(EFW)가 1인당 실질 GD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서 ‘사회주의를 채택한 북한의 1인당 GDP가 약 90% 낮다’라는 각주를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사회주의 프레임은 지난 대선에서 좌파정책으로 돌풍을 몰고 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파격적인 공약을 잇따라 내놓는 민주당 대선 주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 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부유층에 2~3%의 재산세율을 부과하는 공약을 내놨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저소득층을 위한 10만달러 세액공제 등을 공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두고 “샌더스 의원이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처럼 민주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민주당원들에게 잽을 날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그림 2백악관 홍보 블로그 ‘1600 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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