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여름께였다. 인터넷에서 ‘펫 시대 가고 로보펫 시대 온다’는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 운운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는 즈음 “펫 시대가 간다”는 과감한 일성에 놀라 기사를 클릭했다. 개의 형상을 한 로봇이 사람과 나란히 걷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인물은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로, 자신의 로봇 애완견인 스폿 미니Spot Mini와 산책 중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그저 차갑고 딱딱한 로봇 이상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기사는 스폿 미니가 ‘사람 주위를 맴돌며 뛰어다니는 등 개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줘’ 화제라고 설명했다.
로봇이 일상 구석구석을 대체한 지는 이미 오래다. 로보펫이 등장한 것도 이미 20년 전이다. 2001년 일본이 선보인 아기 물개 인형 ‘파로PARO’는 사람 말을 알아듣고 감정을 표현했으며, 2015년 미국이 내놓은 ‘칩CHiP’은 스마트 밴드와 연동되어 주인에게만 애교를 부림으로써 반려동물의 느낌을 한결 더했다. 이후로 등장한 로보펫은 반려인과 나란히 걸으며 알아서 장애물을 피하고, 문을 여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의 화룡점정은 단연 아이보aibo다. 작년에 소니가 내놓은 아이보는 엉엉 울고 토라지기도 하며 반려인의 양육 태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으로 ‘성장’한다. 이쯤 되면 고양이 엉덩이 모양의 쿠션을 쓰다듬으면 꼬리를 흔드는 ‘쿠보Qoobo’ 정도는 로보펫 축에도 못 낄 판이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장-루프 롤트Jean-Loup Rault 박사는 향후 10~15년 내에 로보펫과 가상 현실의 반려동물이 기존 반려동물을 대체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하긴 수년 전 화제가 됐던 영화 ‘그녀Her’를 떠올려보면 기계나 가상 현실의 대상과 교감하고 애정을 쌓는 일이 아주 불가능하진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로보펫과 함께인 나를 상상해 본다. 때마다 사료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우중 산책도 없으며, 길 한복판에 쭈그려 앉아 변을 치우지 않아도 되고, 떼 놓고 나가도 미안할 일이 없는 건 물론이요, 귀갓길을 서두를 필요도 없고, 닭튀김을 먹을 때 눈치 보지 않아도 되겠다. 때때로 플러그를 꽂아 주고 프로그래밍된 반응을 주고받으며, 여유와 게으름을 한껏 누릴 수 있겠지.
그렇기는 해도 생명이 있는 것을 가족으로 두며 발생하는 책임과 번잡함이 사라지는 것은, 생명 있는 것만이 줄 수 있는 것도 함께 사라진다는 말이 되는 것 같아 찝찝하다. 나의 경우엔 수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수리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우주적 의미를 알아내려는 노력이 절대 무의미하지 않았고, 철마다 빠지는 털을 붙들고 하는 투정이 지겹지 않았으며, 뽀뽀 한 번만 해 달라고 애걸하는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이 모두에서 수리는 생각지도 못한 반응과 큰 기쁨으로 되돌려 주었으니까.
그리고 온기. 온기로 말할 것 같으면, 유난히 추위를 타서 제주도 하고도 가장 남녘에서조차 이를 딱딱 부딪으며 간신히 겨울을 이겨 내는 나는 수리의 온기 덕에 올 겨울 지금까지 전기요 한 번 제대로 켜지 않았다. 둥글게 만 따순 등을 내 배에 대고 누워 조그맣게 들썩거릴 때면 별 수 없이 “이게 사는 거지!” 하고 내뱉게 된다.
분명 머지 않아 사랑과 온기까지 나누는 로보펫이 세상에 나오겠지만, 옛날 사람인 나는 그 시간이 너무 앞당겨지지 않기를, 너무 많은 사람이 노선을 갈아타지 않기를 괜히 빌어 본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Jeff Bezos 트위터, 아마존 재팬(Qoobo), 소니(aibo)]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6호 (19.02.19)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