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연합시론] 새 협정 발효도 전에 '방위비 인상' 압박 예고한 트럼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우려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주한미군 주둔비용 인상 압박을 계속할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국은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어제 동의했다"며 "그것은 올라가야 한다. 몇 년 동안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미 양국이 지난 10일 제10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합의안에 가서명한 지 불과 이틀 만에 나온 것이라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르면 상반기로 예상되는 한미 간 내년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앞둔 우리의 우려를 더욱 키운다. 미국 측은 이번에 합의한 협정에서 종전에 다년이던 유효기간을 1년으로 바꾸자는 자국 안을 관철해 분담금 매년 인상을 위한 길까지 터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는 데 엄청난 돈을 잃는다. 좋은 군사 협상을 향해 먼 길을 가야 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한국을 겨냥한 그의 '안보무임승차론'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이 분담금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했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새 협정 합의안과 다른 내용이어서 우리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한미가 가서명한 합의안에는 한국의 분담금이 작년(9천602억원)보다 8.2%(787억원) 오른 1조389억원으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려다 수치를 착각한 것인지, 한미 간에 이면 합의가 있었는지 두 나라 정부의 명쾌한 설명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의 핵심 맹방이다. 한국전쟁에서 미군 4만명의 희생은 우리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 큰 힘이 됐다. 전후 우리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도 미국의 경제원조 등 각종 지원이 크게 기여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가 지향하는 동북아 평화체제 정착과 민족 번영을 위해서도 한미동맹은 굳건히 이어져야 한다는 데는 여야도 한목소리다. 여야 5당 대표단과 미국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은 어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에서 "한미동맹이 계속 강화돼야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미국의 요구에 끌려다닐 수만은 없다. 미국 측의 압박 공세에 끌려다니기만 하다가는 국가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칫 반미감정이 확산할 수 있다. 어려운 과제일지라도 정부가 '트럼프식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 외교적 지혜와 역량을 발휘하길 기대해본다. 우리 역사에는 거란의 대군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혼자 적진에 들어가 적장과 담판으로 거란군의 철수를 끌어낸 '서희' 같은 지략가가 많다는 사실에 정부가 힘을 냈으면 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