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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한국 신북방·러시아 신동방’ 정책 교차점 ‘극동지역’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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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한국 투자자의날’ 행사…국내서 첫 개최

러 부총리, 한국 기업 1 대 1 개별면담 “전폭 지원” 강조

양국 기업·기관 대거 참석…가스·영농·의료 투자 모색

경향신문

김영주 무역협회장이 한·러 양국 공동주최로 1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한국 투자자의날’ 행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 회장은 극동이 양국에 경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란 점을 강조했다.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관구 대통령전권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극동지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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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 동시통역기를 착용한 유리 트루트네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관구 대통령전권대표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40여개 한국·러시아 기업 관계자들과 둘러앉았다.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무역협회, 코트라가 러시아 극동투자수출지원청과 함께 개최한 ‘한국 투자자의날’ 행사에서였다.

2017년 정례화돼 3번째 열린 한국 투자자의날 행사가 한국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참가기업 관계자들과 직접 1 대 1 개별면담을 주관하며 애로사항을 듣고 “한국 기업이 극동러시아에 진출할 경우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주 무역협회장은 “극동지역은 러시아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곳이자 한국에는 북한을 거쳐 러시아와 유럽 대륙으로까지 경제교류 영역확장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라며 경제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한국 투자자의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전략과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 교차하는 러시아 극동지역에 한국 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양국 간 공조가 긴밀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과 가까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추구해왔던 러시아는 높은 유럽 의존도와 안보 위기를 줄이기 위해 아시아·태평양 진출을 시도하며 2012년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했고 정부 내에 극동개발부를 신설했다. 자동차·조선 등 주력산업이 정체국면에 접어들어 새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남북관계 해빙기를 맞게 된 한국도 북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자원 수입 의존도가 높고 새 투자처가 필요한 한국과 자원은 풍부하나 첨단기업 투자유치가 필요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과 러시아는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아홉 개의 다리’ 협력 사업(조선, 항만, 북극 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을 추진하고 있다.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한·러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완료하고 지난해 248억달러(약 27조9000억원)였던 교역액을 300억달러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러시아 서부지역으로 주로 진출하던 한국 기업들도 최근 극동지역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협력 분야도 자원개발과 농업·수산업·의료서비스 등 다양하다. 한국가스공사는 러시아 국영기업 가스프롬과 함께 사할린섬 가스전에서 생산하는 가스 도입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전량을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바닷길로 수입하고 있지만, 대북제재가 풀리면 저렴한 파이프라인 가스(PNG) 형태로 수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연해주의 넓은 땅과 기후조건을 활용한 농업분야 진출도 주목받는다. 코트라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설립한 영농법인 등 한국 영농기업 10여곳이 우수리스크 등에 진출해 사료작물과 고랭지 작물 등을 재배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을 의료특구로 지정해 해외 의료기관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에도 한국 의료법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는 이날 “블라디보스토크 내에 국제의료특구를 지정해 외국 의료진 진료나 외국산 의료장비 인증 문제 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경쟁력 있는 한국 의료기관의 극동러시아 진출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호석 부산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 부원장은 “의료특구가 조속히 지정된다면, 부산대병원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의료 시스템 및 힘찬병원과의 협업 방안 등을 모색해 현지 진출 타당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건설과 롯데상사 등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및 기관 30여곳과 러시아 유력기업 10여곳이 참여해 극동지역 진출 계획을 상담했다.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은 “극동러시아를 기점으로 북방 경제권에 에너지·화학·토목 프로젝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충익 롯데상사 대표이사는 “지난해 연해주 지역에서 인수한 영농법인을 통해 생산하는 대두, 옥수수를 기반으로 다양한 농업 분야에 투자해 종합 영농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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