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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하루만에 꼬리 내린 태국 공주의 총선 도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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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왕실 공주의 총리직 도전이 하루만에 ‘해프닝’으로 막을 내렸다.

시작은 다음달 24일 열리는 태국 총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지난 8일로 거슬러 간다. 타이락사차트당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선거관리위원회에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친누나인 우본랏타나 라차깐야 공주(68)를 총리 후보로 등록했다. 이 당은 군부 쿠데타로 축출돼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푸어타이당의 자매 정당이다.

태국 왕실 인사의 선거 참여는 1932년 입헌군주제 전환 이후 최초였다. 왕가는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우본랏타나 공주가 깨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정치 경력은 전무하지만 대중적 지지를 받는 그가 친탁신 정당의 후보로 나서면서 군부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재집권이 힘들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지난해 탁신 전 총리, 그의 동생 잉락 전 총리와 함께 러시아 월드컵에 동행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고 알려졌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네 자녀 중 맏딸이다. 197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유학 중 만난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왕족 신분을 포기했다. 아이 셋을 낳고 1998년 이혼한 뒤 태국으로 돌아와 공주 칭호를 되찾았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마약 금지 캠페인과 같은 자선사업을 벌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만명에 달한다.

친군부 정당인 국민개혁당은 “정당이 왕가를 선거운동에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 선거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우본랏타나 공주는 인스타그램에 “나는 타이락사차트당의 후보가 되기로 마음먹을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가진 평민”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공주의 자신감은 국왕이 제동을 걸면서 꺾였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이날 밤 성명을 통해 “우본랏타나 공주가 왕실법에 따라 왕족 신분을 포기했더라도 여전히 짜끄리 왕조의 일원으로서 신분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왕실 가족 구성원이 정치에 관여하는 건 왕실 전통, 국가적 규범과 문화에 반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우본랏타나 공주는 9일 새벽 인스타그램에 “어제 태국 국민이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감사하다”고 남기며 선거에 불참할 뜻을 내비쳤다. 타이락사차트당도 “국왕과 왕실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갖고 칙령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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