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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중견작가 박현주 작품전 '색에서 빛으로'전, 가나포럼스페이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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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현주의 ‘Light Color 1’, 193.3×112.1㎝, 아크릴·금박·캔버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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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는 ‘빛이 나오는 듯하다’는 평가가 많다. 나무 패널의 입체작업이든 캔버스 평면작업이든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작품에 빛을 내는 특별한 기계적 장치가 달려 있는 것도 아니다.

빛은 공간을 만들어 낸다. 기존 공간을 재구성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자리잡는 곳은 ‘특별한 공간’으로 새롭게 재탄생한다. 작품과 작품이 빚어내는 그 공간에서 명상에 잠길 수도, 팍팍한 일상을 치유하는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어떤 초월적인, 환상적인 꿈을 꿀 수도 있겠다.

색에서 빛을 추구하는 작업으로 자신 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중견작가 박현주가 작품전을 연다.

‘색에서 빛으로(Color into Light)’란 주제로 13일부터 가나포럼스페이스(서울 평창동)에서다. 작가가 일관되게 추구하고 있는 작업은 전시명 ‘색에서 빛으로’에서도 읽혀진다. 사실 20여년 전부터 그의 개인전 명칭에는 ‘빛’이란 단어가 들어간다. ‘빛의 울림’(서울) ‘the reason of Light’(뉴욕) ‘Light Relation’(교토) ‘빛의 모나드’ ‘빛을 쌓다’ ‘빛의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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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LM4-2’, 80×100×15(WHD)㎝, 패널·아크릴·금박,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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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두번째 개인전인 이번 작품전에는 ‘회화적 오브제’라 이름 붙이는 오브제부터 회화, 드로잉 등이 선보인다. 색을 입은 직육면체나 정육면체의 나무 패널이 반복적으로 층을 이룬 입체든, 회화작품이든 발광장치가 없는데도 빛이 발산된다. 중세 미술을 상징하는 성상화(icon·이콘)처럼 영롱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광채다. 그 비밀은 작가의 깊은 내공으로 다스리는 아크릴물감과 금박에 있다. 전시장의 조명이나 자연광을 받은 금박과 아크릴이 빛을 내는 것이다. 그 빛은 패널들의 층위나 패널의 그림자, 또 작가가 특별히 구현한 아크릴과 어우러지면서 다양하고 미묘한 분위기, 독특한 아우라를 만든다.

이같은 작품은 끊임 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비로소 가능해졌다. 작가는 거의 해마다 국내외적으로 작품전을 갖는 등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연구를 계속한다. 이론적으로 굳건한 토대도 쌓았다. 실제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박 작가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대학대학원에서 페인팅을, 일본 도쿄예술대학대학원에서 재료 연구를 했다.

박 작가 작품의 뿌리를 찾아들어가면 중세 비잔틴미술을 대표하는 이콘을 만날 수 있다. 신앙과 예술이 어우러진 이콘을 미술기법적 측면에서 보면 그 핵심은 안료에 계란 노른자를 활용하는 회화적 기법인 템페라와 금박의 활용이다. 금박과 템페라기법으로 유난히 광채를 뿜어내는 것이다. 박 작가는 “미술 재료들을 꽤 깊이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콘을 만났다”며 “금박과 템페라기법을 작품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고 말했다. 물론 단순한 수용이 아니다. 재료적·표현적 측면에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냄으로써 비로소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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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의 박현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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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박 작가가 그토록 연구하고 추구해 빚어내는 빛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는 흔히 생명의 근원으로 수식되는 빛에 인간 삶을 투영시킨다. “작업 과정은 곧 제 자신의 삶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간 삶 속에는 생과 사는 물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 등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없는 모순들이 혼재돼 만들어내는 빛을 봅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삶에 지친 영혼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20일까지.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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