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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비건 방북 기간 경제 강조한 김정은… 북미 협의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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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 차 평양을 방문했다가 8일 서울로 이동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숙소인 서울 종로구의 호텔에서 나와 차량을 이용해 모처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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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이달 말 북미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마무리하고 10일 귀환길에 올랐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비건 대표의 6~8일 방북은 물론, 회담 개최 확정 소식도 전하지 않고 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건 대표가 평양에 체류 중이던 8일 군을 찾아 ‘경제발전 참여’를 강조한 것은, 대미 협상에 앞서 북한 비핵화 의지를 우회적으로 보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의 실무협상을 마치고 평양을 떠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를 정상회담 장소로 지목하는 등 정상회담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러한 침묵은 지난해 6ㆍ12 북미 정상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접견했을 당시 대내 매체들이 대대적으로 알린 것과도 결이 다른 행보다. 폼페이오 장관이 마지막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지난해 10월에도 북한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비교적 신속하게 전한 바 있다.

이는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아직 내부적으로 공표하지 않은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북미 실무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거나 김 위원장의 대외 행보에 대한 ‘명분’을 미국으로부터 얻기 전까지 정상회담 개최 보도를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정치적 선전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비건 대표가 평양에 체류 중이던 8일, 김 위원장은 인민무력성을 찾아 ‘군이 경제건설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방식으로 비핵화 노선 전환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김 위원장은 “당이 부르는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전구마다 투쟁 본때, 창조 본때를 높이 발휘함으로써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의 관건적인 해인 올해 인민군대가 한몫 단단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 전했다.

북한 인민군 창군 71주년을 계기로 이뤄진 방문이기는 했지만,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직접 군인들 앞에서 연설을 하고, 축하 공연과 연회에도 참석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며 약화됐을 군 사기를 북돋아주고, 비핵화 및 경제발전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다시 공표하기 위한 의도란 분석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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