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20)
대학 입학 상담 박람회의 모습. 입학생 감소는 대학 경영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은 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생 수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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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인 저출산으로 18세 이하의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18년 117만명, 2024년 110만명으로 줄고, 2031년엔 99만명으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입학생 감소는 대학경영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은 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학생 수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방대학들, 다양한 연령층서 입학생 수용
그 구체적인 대안이 대학연계형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생애 활약마을)이다. 대학연계형 CCRC는 생애학습을 비롯해 액티브 시니어가 제2 인생의 자기실현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퇴직 후 다시 배우며 일하고, 사회에 공헌하려는 인생 가치관을 가진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연계형 CCRC가 뿌리를 내리면 학생 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 대학의 모습은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도 지역사회에서 대학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원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방 대학이 지자체·기업과 협력해 학생들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지방 창생 추진사업(COC)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의 인재육성에 필요한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대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COC 정책은 대학연계형 CCRC와 유사한 측면이 많기 때문에 일부 대학에 효과적인 유인책이 되고 있다.
대학연계형 CCRC를 추진하면 대학의 교육·연구·지역공헌· 브랜딩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먼저 대학은 시니어에 다시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시니어는 풍부한 경험을 살려 학생의 커리어 교육에 공헌한다. 제론톨로지(노년학)는 유망한 연구분야로서 대학의 학제간 연구에 기여한다.
어느 노인 대학 졸업식 모습. 대학연계형 CCRC는 시니어에게 다시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시니어는 풍부한 경험을 살려 학생의 커리어 교육에 공헌한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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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연계형 CCRC가 개설되면 지역사회에 고용과 세수가 늘어나고 학생의 취업률도 높아진다. 연령을 넘어 다양한 세대가 교류하며 배우고, 학생의 커리어 교육을 통해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가진다.
이러한 대학연계형 CCRC는 지적 호기심이 높거나 지역사회에서 지식을 활용하고 싶은 시니어에 매력적인 선택이다. 일부 대학은 대학연계형 CCRC 모델을 적용해 지역사회와 연계하면서 지역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치(愛知) 현의 츄부(中部)대학이 좋은 사례다.
츄부대학에 인접한 코조지(高蔵寺) 뉴타운에는 약 5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이 지역은 독신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고독사 문제가 심각하다. 츄부대학은 ‘차세대 교류를 통한 지역 활성화, 학생공육사업’이라는 지역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츄부대학은 2014년 시니어 대학인 ‘액티브 어게인 칼리지’를 개강했다. 입학자격은 50세 이상, 정원 20명, 2년 과정으로 수업료는 연간 12만엔이다.
주변에 브라질계 이민자들과의 교류를 위해 어학 시간에 영어 외에 포르투갈어도 가르친다. 시니어 수강자의 체력은 건강증진 실습 시간을 통해 크게 향상됐다. 건강복지과정에서는 낙상예방학, 국제·지역·문화 과정에서는 마을 조성과 지역 활성화 등 시니어에 친근하고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츄뷰대학은 이러한 학습 과정을 통해 시니어가 지역 과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학생이 가까운 시니어 주택에 단기 체류하고, 시니어의 고립을 예방하면서 학습기회를 넓히는 ‘러닝 홈스테이’도 추진하고 있다. 세대 간 교류를 자주 추진하며 서로 돕고 이해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니어는 학생의 취업상담을 하고, 학생은 시니어에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쳐준다. 시니어가 대학에서 다시 배우고, 다세대 교류를 통해 젊어지고, 지역의 일꾼 역할을 하는 구조다.
쿄린(杏林)대학도 대학연계형 CCRC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학이 위치한 미타가(三鷹)시는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다. 쿄린대학은 이 지역사회에서 ‘새로운 도시형 고령사회 지(地)와 대학의 통합지(知) 거점’이라는 지역거점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쿄린대학이 추진하는 대학연계형 CCRC 개념은 좀 다르다. 쿄린판 CCRC(Center for Comprehensive Regional Collaboration)는 ‘포괄적 지역연계 중심’ 기능을 대학이 담당한다는 의미다. ‘地’와 ‘知’의 거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대학은 쿄린 CCRC 연구소를 만들어 지역연계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대학과 시청의 지역 문제 담당자가 지역 과제를 함께 논의한다. 일반 시민은 대학에서 자유롭게 배울 수 있다. 건강복지 과목을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역사와 경제·금융 등의 시사적인 공개강좌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 시니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CCRC 사업의 모범사례 고치 대학
액티브 시니어는 대학 주변에 살면서 다시 배우고 학생의 커리어 상담자로 활동한다. 시니어는 지역특산품의 판로를 개척하고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고치 대학의 대학연계형 CCRC는 고치 현을 과제해결 선진지역으로 바꾸어 놓았다.
고치대학의 캠퍼스 전경. 고치대학의 2015년에 신설된 '지역협력학부'는 지역 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모델이 되고 있다. [고치대학교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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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신설된 지역협력 학부는 지역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독특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이 학과의 학생은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의 촌락과 방치된 농경지 문제를 지역주민과 협력하면서 대책을 논의한다. 액티브 시니어는 지금까지 사회에서 익힌 지식과 인맥을 활용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고치 대학의 지역협력 학부의 졸업생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실용적인 커리큘럼을 배운 졸업생은 대학연계형 CCRC에서 병간호 지원 인력뿐만 아니라 예방의료, 건강 빅데이터의 해석, 생애학습, 관광 활성화 등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액티브 시니어의 이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분야의 고용이 창출되고, 젊은 세대의 도시유출을 억제하고 있다.
이형종 한국금융교육원 생애설계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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