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직장동료들이 슬픔에 잠겨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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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 밀려 저희에게 관심갖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셨죠. 그 마음 잊으세요. 윤한덕이라는 좋은 분을 직장상사이자 동료로 두어 행복했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당신은 우리 마음속 영원한 센터장입니다."(윤순영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졌다.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한평생을 바친 고(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을 떠나보내는 길은 유가족과 동료의 눈물로 가득했다.
윤 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9시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거행됐다. 유가족과 동료, 일반인 조문객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고인의 어머니가 입장하며 "아이고 네가 왜 죽냐",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통곡했다. 어머니의 오열에 영결식장을 메운 조문객도 눈시울을 붉혔다. 영결식은 국민의례, 묵념, 약력보고, 추도사,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추도사는 고인의 동료와 유가족이 맡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시작한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60년 된 낡은 건물 4평짜리 집무실 안에서 숱한 밤을 싸워온 당신의 시간을 우리는 미처 잡아주지 못했다"며 "의료원 곳곳에 남은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선생이 남긴 숙제를 묵묵히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국종 아주대학교 권역외상센터장은 고인이 생전 도입했던 응급의료 헬리콥터를 통해 추모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헬기 기체 표면에 선생님의 존함을 새길 것"이라며 "저희가 상공에서 환자가 있는 곳으로 내려갈 때 길을 잃지 않도록 선생님께서 손잡아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고인 옆에서 일하던 의료원 동료는 고인의 죽음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윤순영 국립중앙의료원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센터장님이 돌아가신 명절 연휴가 우리에겐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며 "연휴 끝나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실 것만 같았다"고 울먹였다.
윤 실장은 이어 "센터장님은 입버릇처럼 '병원이 실수하면 몇 명이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천명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씀하셨다"며 "빈자리가 크겠지만 그 뜻을 받들어 항상 국민 곁에서 일하는 저희가 되겠다"고 추도했다.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맡은 장남 형찬씨는 "아버지는 항상 고민을 경청해주고 친구처럼 나눌 수 있었던 최고의 아버지였다"며 "가족에 늘 미안함을 갖고 계셨는데 이제 미안해할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응급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는 나라라는 아버지의 꿈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며 추도사를 마무리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유가족과 동료들은 윤 센터장의 영정을 들고 생전 그의 집무실이 있는 행정동을 한 바퀴 돌았다. 고인을 추모하는 커피와 국화꽃다발이 놓여있는 집무실 앞에서는 잠시 묵념이 진행됐다.
오전 10시50분 엄수된 발인식은 눈물바다였다. 고인의 어머니는 "엄마 왔어", "한번만 만져보자"며 고인의 관을 어루만지며 통곡했다. 이를 바라보던 추모객도 침통한 표정으로 고인을 떠나보냈다. 고인의 태운 운구차는 장지인 경기도 포천시 광릉추모공원으로 향한다.
응급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에 앞장섰던 윤 센터장은 이달 4일 집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차 부검결과 사인은 고도의 관상동맥경화에 따른 급성 심장사로 나타났다. 아직 최종 부검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윤 센터장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영민 기자 letswin@,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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