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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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정책이 은행 대출자산의 질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정호성 연구위원, 김의진 부연구위원은 10일 발표한 'BOK경제연구:은행의 수익 및 자산구조를 반영한 통화정책 위험선호경로' 보고서에서 "단기금리인 CD금리(91일물)이 1.6%포인트 하락하는 경우 은행의 위험가중치(위험수준)는 평균적으로 2.1%포인트 상승했고, 이는 위험가중치 변화의 상당 부분인 약 15%를 설명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00년3월부터 2018년6월까지 단기금리, 은행의 수익성, 자본구조 등에 따른 은행의 위험가중치변화를 측정했다. 분석은 1금융권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을 대상으로 했으며, 위험가중치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활용했다.
CD금리는 기준금리와 밀접한 관계로 통화정책의 수준을 나타낸다. CD금리가 하락했다는 것은 기준금리가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금리 하락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낮아지는 경우 이를 보충하기 위해 고수익, 고위험 대출을 늘리는 통화정책의 위험선호경로가 존재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저금리 정책이 은행이 대출을 확대하는 신용의 양적 측면뿐만 아니라 신용의 질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금융기관의 수익창출 기회를 제한해 은행이 보다 위험을 적극적으로 부담하는 방향으로 자금을 운용하다는 라구람 라잔 전 인도중앙은행 총재 등의 주장과 일치한다.
김 부연구위원은 "은행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졌다는 것은 은행이 보유한 대출이나 자산의 위험수준이 좀 더 높아져 신용의 질이 악화됐다고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위험가중치 수준에 대해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에 그 변화 정도가 단순히 좋거나 나쁘다고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대상기간 중 은행의 위험가중치 평균은 53.6%였다.
금리 수준이 은행의 위험가중치에 미치는 영향은 은행의 수익성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은행의 수익성(순이자마진)이 높을수록 금리가 위험가중치에 미치는 영향은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리 외 요인 분석에서도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위험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1.2%포인트 상승하는 경우 위험가중치는 1.9%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은행의 위험평가방식도 위험가중치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은행의 위험평가방식은 표준방법과 내부등급법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시중은행은 2008년부터 내부등급법을 적용해왔다.
내부등급법은 가계대출, 기업대출 등 대출성격에 따라 동일한 위험가중치를 부여했던 이전 방식에 비해 차주의 신용도나 담보의 위험도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의 자본·자산구조는 일반적으로 은행 위험수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내부등급법을 채택한 이후에는 영향력이 커졌다. 가계대출비중, 단기자산비율 등이 달라지면서 위험수준도 달라진 것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이번 연구는 한국에서도 통화정책의 위험선호경로가 작동하고 있어 통화정책이 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이 내부등급법을 이용하는 경우 위험수준이 자산구조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은 금융감독당국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한고은 기자 doremi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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