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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오수연의 중소기UP] ​'넛 크래커' 신세 국산 식기, 틈새 탈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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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식기업계 사정이 그렇게 안 좋은가요?"

지난해 실적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외산 식기업체 관계자가 의아하다는 듯 되물었다. 불경기의 영향에서 자유롭진 못하나 한국지사의 매출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 위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반면 국산 식기업체는 상반된 상황에 처했다. 최근 77년 전통의 국내 1세대 식기업체 행남자기는 영화사 '스튜디오 썸머'로 상호를 바꿔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경영목적 및 전략에 따른 변경이라지만 영화 사업에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에 이견이 없다. 신규 사업목적에 '대부업'을 추가한 것도 의아함을 자아냈다.

국산 식기업계의 실적이 악화되는 동안 외산 식기는 시장에서 꾸준히 영토를 확장했다. 국산 식기 대표 주자인 한국도자기와 젠한국의 실적은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렸다. 반면 외산 식기업체들은 한국 시장 매출 규모가 글로벌 시장에서 본국을 제외하고는 손에 꼽힐 정도로 크다고 평가한다. 한국 식문화에 맞춘 제품을 따로 선보일 정도다.

업계에서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인한 전통적 주력 품목인 혼수제품의 약세를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한다. 일리가 있다. 최근 자발적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비혼'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이 크게 바뀌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풍조의 유행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간소한 스몰웨딩을 선호한다. 12인조 세트가 기본이었던 혼수 식기는 6인조에서 4인조로 줄고, 최근에는 그마저도 많다며 혼수 식기를 장만하지 않는 예비부부도 있다. 1인가구 증가로 외식, 가정간편식이 유행함에 따라 직접 요리를 하는 사람도 줄어 주방용품 전반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졌다.

그러나 마냥 라이프스타일 탓만 할 수는 없다. 어려운 환경이라고는 하나 외산 식기는 같은 무대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경쟁에서 밀리게 된 원인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업체가) 품질 면에서는 떨어지지 않지만 트렌드를 좇지 못하는 점을 약점으로 지적했다. 중장년층에는 인지도가 높고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으나 젊은층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선진국의 프리미엄 제품과 가격 경쟁력 높은 개발도상국 제품 사이에 껴서 시장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를 호두 까기 기계에 비유해 흔히 '넛 크래커'라 말한다. 국산 식기가 바로 중간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외산 프리미엄 브랜드와 저가 제품이 물밀듯 들어오며 양쪽에서 압박받고 있다. 틈새에서 벗어나 위기를 돌파할 전략이 필요하다.

오수연 기자 syoh@ajunews.com

오수연 syoh@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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