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노 스힐트하위전 지음/제효영 옮김/현암사
수원시민들은 겨울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까마귀 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벌써 3년째다. 전깃줄을 새까맣게 메운 까마귀들은 정전 사고를 일으키거나 배설물 테러를 일삼는다.
인구 과잉 시대가 도래하면 그나마 남은 한 줌의 자연환경이 전부 파괴될 것이라는 비관론은 엇나갔다. 네덜란드의 생태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저자는 인간이 바글대는 도시에서 자연은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인간과 자연이 독특한 하모니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한다.
소음 공해와 교통 체증이 극심한 곳,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고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룬 거대한 도시에서 동식물들은 어떻게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적응한 것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 자연의 여러 개체들이 '도시 생활자'가 돼 우리 삶에 스며들었다. 저자는 "이제는 집까마귀의 서식지를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찾을 수가 없다. 이 새들에 한해서는 '자연환경'이 곧 우리 인간이다"고 말한다.
동식물들이 도시에 적응하기까지 어떠한 요인들이 작용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자연의 여러 개체들과 이들이 놓인 환경 변화를 면밀히 추적한다. 런던 지하철역 터널 안에 사는 모기와 개미집에 얹혀사는 딱정벌레를 비롯해 집까마귀, 검은머리물떼새, 나방, 도마뱀, 비둘기 등 도시 속에서 생존한 개체의 진화 과정을 소개한다.
살아남기 위해 자연은 가능한 한 변화하고 적응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반드시 인간과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풍부한 도시 생태계를 가꾸기 위한 인간의 임무를 제시한다. 생태계 엔지니어로서 인간의 역할도 강조한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도시의 무법자 비둘기가 달리 보인다. '저런 새들이 말이야, 저기 서 있는 가로등에서 아연이 떨어져도 잘 견딜 수 있을 거란 말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인도를 차지한 비둘기들이 뻔뻔하거나 얄밉게 보인다면 일독을 권한다. 368쪽. 1만7000원.
김현정 기자 hjk1@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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