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2030 금융에세이’는 청년세대의 돈에 관한 고민과 소소한 사연을 담은 코너입니다. 누구나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면 가장 먼저 돈 모을 계획을 세울 겁니다. 돈 계획은 미래를 그리는 기초가 됩니다. 주말마다 금융과 관련한 일화와 정보를 가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초반엔 기자의 경험담이 주로 다뤄지겠지만 장차 독자 여러분의 얘기로 가득한 코너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소중한 사연과 제보를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돈 고민을 들려주세요.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벌써 10년 전 얘기다. 2009년 대학 겨울방학 때 학비를 조금 벌어 보려 식당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다. 그런데 첫 날 일 해보고 골라도 한참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식당에서 주 3일 하루에 3시간씩만 근무했다. 그것도 한창 점심 장사를 할 시간인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요즘 말로 하면 쪼개기 알바인 셈이다. 11시 20분쯤 출근할 땐 손님이 하나도 없다가 기가 막히게 30분이 되면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돈가스, 우동 등 일식을 파는 곳이었는데 목이 좋아서 장사가 잘 됐다. 10여개의 테이블은 금세 꽉 차고, 3시간 근무하는 동안 이른바 테이블 회전이 2~3차례 있다. 2시 15분 정도 되면 거짓말처럼 손님들이 싹 빠진다. 쉴 틈 없이 3시간을 일하고 손에 쥔 돈은 1만2000원. 당시 법정 최저임금이 시간당 4000원이었다는 걸 이 에세이를 쓰기 위해 찾아보고 다시 알게 됐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한 손님이 “매운 우동 아주 맵게 해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매운 맛의 단계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아주 맵게 해달라는 요청에 나는 주방에 “X번 테이블 매운 우동 아주 맵게요”라며 주문을 넣었다. 그런데 손님의 매운 정도와 식당의 매운 정도가 달랐던 모양이다. 음식이 나가고 몇 술 뜨던 손님은 다시 나를 불렀다. “이거 아주 맵게 맞아요?”
손님은 매운 음식을 시켰는데 하나도 맵지 않다며 컴플레인을 했고, 음식을 다시 해서 갖다 줬다. 일을 한지 5주쯤에 있던 일이다. 이후 사장이 나를 보는 시선이 냉랭해졌다. 이때가 2월 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두 번째 월급날이 다가올수록 이게 마지막 월급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월급날 사장이 현금을 손에 쥐어주더니 “다음 주부터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하루 3시간씩 정말 바쁜 시간에만 와서 일하며 한겨울에 땀 흘려 일했는데 아쉬웠다.
지금 돌아보면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 하루 3시간만 고용한 것 같다. 주휴수당은 근로기준법상 주당 근로 시간이 15시간 이상이면 하루치의 유급휴일을 제공하는 제도다. 주휴일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1일분의 임금을 준다는 얘기다.
소상공인들이 인건비를 부담스러워하는 건 예나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소상공인들 10명 중 8명가량이 주휴수당 부담 탓에 근로시간을 쪼개는 방식으로 계약한 적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소상공인연합회 회원과 일반 소상공인 등 27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 ‘주휴수당 관련 소상공인 현황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러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휴수당 미지급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을 해봤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77.2%가 ‘그렇다’고 했다.
또 ‘주휴수당 지급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96.8%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주휴수당 지급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64.2%가 ‘지급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지급한다’는 응답자는 21.7%, ‘시급 외에 별도로 지급한다’고 답변한 응답자가 14.1%였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 중 60.9%가 ‘지급여력이 안 돼서’라고 했다. 그 뒤 ‘근무시간이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이어서’(21.6%), ‘근로자와 합의로’(16.2%), ‘위법사항인지 몰라서’(1.3%)라고 답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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