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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유명 연예인이 과거 방송에서 했던 얘기로 기억합니다. 같은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1호와 2호 두 채를 터서 '사실상 한 채'로 쓰고 있다는 겁니다. 그럼 이 연예인의 집은 한 채일까요, 두 채일까요? '사실상 한 채'로 쓰는 것이 부동산 2곳을 샀다는 '사실'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겁니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땅을 두고 '사실상 한 채'라는 프레임이 논점을 흐리고 있습니다. 건물 안에 들어가보니 '사실상 한 채'처럼 통과할 수 있더라는 언론사, SBS 보도가 '필지 부풀리기'였다는 방송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해당 지역은 벽, 담장, 울타리까지 다닥다닥 붙은 옛날 건물들이 모인 곳입니다. 지붕 아래 누가 뚫어 놓은 지 모를 벽 사이로 한 집처럼 통행하는 것일 뿐, 그것이 '사실상 한 채'라는 말로 부동산 거래 내역을 대체할 수는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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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목포시 대의동 1가에 있는 자그마한 동네를 드론으로 촬영한 사진입니다. 각각 건물마다 지붕이 보입니다. 붉은색 선 안에 있는 지붕은 몇 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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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지붕을 따로 표시해보니 모두 12개. 위에서 보면 대부분 땅이 꽉 차게 지붕으로 덮여 있지만, 땅의 일부에만 지붕이 있는 곳도 보입니다. 이 12개의 지붕으로 구성된 건축물은 손혜원 의원 남편 명의로 된 크로스포인트 문화재단과 회사 소유로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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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큰 지붕 있는 건물이 지난달 손혜원 의원이 기자 간담회를 열었던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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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손혜원 의원이 이 동네서 산 부동산은 전부 몇 곳일까요? 지붕 개수와 같을까요?
같은 동네 지도에 손 의원 측 재단과 회사 땅을 '필지' 기준으로 표시해 봤습니다. 공간정보관리법상 '필지'는 토지의 등록단위이고 '지번'은 필지에 부여하는 등록번호입니다. 필지와 지번 기준으로 등기부가 작성된다는 뜻인데요. 부동산 거래는 기본적으로 이런 '등기 단위'로 이뤄집니다. 법적으로도 부동산 거래는 '○필지 ◇채'로 셈을 한다고 합니다. 땅과 건물이 각각 부동산 거래 단위가 되는데, 땅 위에 건물이 없는 경우도 있어서 '필지'와 '채'를 같이 쓰는 겁니다.
이런 기준 하에 정리해보니, 손 의원 측은 이 구역에 건축물 12채를 매입했습니다. 지붕도 12개였지요. 여기에 건물 없이 땅만 구입한 게 3필지가 더 있어서 총 15필지 12채. 사진에 나온 구역 건너편에 크로스포인트 재단 명의의 1필지 1채가 더 있습니다. 그래서 총 16필지 13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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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땅 소유자 별로 색깔을 달리 표시해서 보면, 손 의원 측은 16필지 13채의 부동산을, 7명의 전 소유자들에게 매매일자 기준으로 7번에 걸쳐 매입했습니다.
● '사실상 한 채' vs. '22필지 19채'
부동산등기법상 등기부는 '토지 등기부'와 '건물 등기부'로 나뉩니다. 목포 문화재 거리 내 602필지와 주변에 붙어 있는 여러 토지·건물 등기부 전수분석 결과, 손 의원 측 재단과 법인은 '토지등기부 16건, 건물등기부 13건'으로 구성된 부동산 거래를 한 걸로 나왔습니다. 지붕을 세어보고, 지도로도 보셨으니, 종합 리스트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역은 다음 표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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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지와 건물 개수를 좀 더 면밀히 검증하기 위해 등기 외에 '일반건축물대장'을 별도로 발급받아봤습니다. 앞서 보신 지붕 표시도 '건물 등기부'와 '일반건축물대장'을 통해 이중으로 확인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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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법'에 따라 건물 단위를 세는 건축물대장은 세금을 부여하는 근거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오롯이 건축물을 기준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건축물대장을 발급받은 결과도 손 의원 측 건물은 13채였습니다.
<◆ 손혜원 의원실 보도참고자료 파일> 다운받기
(※ SBS 뉴스 홈페이지에서 위 자료를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손혜원 의원 측은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총 16필지 12채를 구입했다고 했습니다. 손 의원 측 자료에 있는 지도를 보시면, 여러 건물을 마치 한 건물처럼 크게 7개의 덩어리로 뭉쳐 놓기도 했습니다. 부동산거래법상 토지와 건물 구분은 앞서 보신 지도와 표가 적합합니다.
손 의원 측은 보도참고자료에서 앞서 보신 표 5~7번에 걸친 3필지에 창고 건축물 1채만 있다며 '3필지 1채'라고 주장했는데요. 법적으로 부동산 거래는 등기 단위로 이뤄지고, 5~7번 필지에 건축물 등기가 없는 곳은 표에서 보시듯 1곳 뿐입니다. 그래서 '3필지 2채'이고, 총합도 '16필지 13채'가 됩니다.
재단과 회사 소유 16필지 13채는 손 의원이 박물관 등으로 쓰겠다고 얘기한 바 있습니다. 박물관 예정지 외에 손 의원에게 1억원을 증여 받았다는 조카들과 손 의원 보좌관, 손 의원 재단 이사의 자녀, 보좌관 남편 등 지인들이 사들인 6필지 6채 건물도 있습니다. 이렇게 직간접적 관련자들이 산 목포 땅은 모두 22필지 19채로 집계됐습니다.
● 여러 필지에 '사실상 한 채'는 창성장 뿐
손 의원 주장을 옹호하는 일부 언론사들이나 손 의원 측 보도자료가 내세우는 프레임이 '사실상 한 채'입니다. 보도자료에는 "하나의 건물이 여러 필지에 걸쳐 있기도 하는 등 구분 경계가 조악하고, (중략) 구입 토지와 건물이 매우 많은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 주장을 십분 받아들여, 여러 필지에 걸친 건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검토해봤습니다. 앞서 보신 표에 20번과 20-1번은 각각 토지 등기가 돼 있는 2필지입니다. 2필지에 걸쳐 건물 등기와 건축물대장 1건으로 등록된 건물 '창성장'이 있습니다. 창성장은 정확하게는 2필지 1채지만, '사실상 한 채' 주장을 받아들여 1필지 1채로 셌습니다. 이 한 건 외에는, 여러 필지에 걸쳐 있는 건축물은 서류상으로 찾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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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펴보신 부동산 중 일부를 손 의원 측에 판 옛 집주인께서, SBS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오셨습니다. 지역 언론사가 "밖에서 보면 한 채로 보인다"고 보도한 부동산을 파신 분입니다. 손 의원의 목포 간담회를 보고 화가 나셨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한 채'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으셨습니다. "한 채로 본다고요? 어떻게 한 채로 봐요? 하나도 안 이어졌어요. 세도 다 따로 주던 겁니다. 집이 다 따로 따로인데…."
▶'의원님, 예산심사 왜 또 그렇게 하셨어요?'
▶[끝까지 판다] 의원님의 부적절한 처신 '이해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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