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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中지렛대 없는 트럼프·김정은 담판…누가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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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평양에서 돌아온 비건
8일 제2차 미·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마치고 평양에서 돌아온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숙소인 서울 종로구 한 호텔을 빠져나와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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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미·북정상회담이 오롯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일대일' 담판으로 치러지게 됐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2월 말 미·북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미·중정상회담을 베트남 또는 중국 하이난 등에서 여는 방안을 타진했으나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직은 미·중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에 이를 수준으로 진척되지 않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울러 백악관 참모들은 중국이 북한 비핵화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 무역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 비핵화와 대중 무역협상이라는 두 가지 이슈를 분리 접근하는 쪽을 택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까지 베트남에 합류해 '4자 종전선언'이 베트남에서 전격 성사될 가능성도 사라진 것으로 관측된다.

사실 종전선언 아이디어는 설익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미국이 최근 영변 핵시설 폐기 등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종전선언 수용을 강하게 시사하면서 '깜짝 이벤트'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다. 물론 미·북 양자 간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하거나 특정 시점에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을 한다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평양에서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실무협상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8일 오후 6시 30분께 미군 수송기를 타고 서해 직항로를 통해 경기도 평택 오산 미공군기지로 돌아왔다. 비건 대표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했을지도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본국에 협상 내용을 보고하고 추가 조율 등을 마친 뒤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한국 측 북핵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방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비건 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그는 8~9일 방한 중인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비건 대표는 10일 일단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북을 통해 북측과 합의가 이뤄졌다면 다낭과 하노이 중 한 곳이 곧 최종적인 회담 장소로 발표될 것으로도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실무협상이 27일 이전에 한 차례 이상 더 열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측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테이블 위에 모두 공개돼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프로그램 신고나 미국의 제재 완화 등은 제외돼 있다. 나머지 카드 가운데 무엇을 서로 주고받을지, 아니면 새로운 '히든카드'가 제시될 것인지 등도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일단 북한이 '영변 핵시설 폐기+알파(α)'를 수용하면 단계적 비핵화를 위해 괜찮은 첫걸음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원하는 '플러스 알파'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불가역적 폐기라는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다. 이날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측은 장거리뿐만 아니라 중·단거리 등 모든 미사일의 폐기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면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결을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폐기 역시 단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미국은 ICBM에 우선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대북 석유 공급 상한선 상향 등을 포함한 대북제재 완화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도 북한의 관심사지만 합의사항에 공식 포함되는 대신 물밑 합의를 거쳐 추후 별도의 남북 협의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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