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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초당적 단합' 강조에도 갈등 해법 제시 못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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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국정연설 들여다보니 / “정치적 교착 깨고 분열 극복하자” / 목소리 높였지만 민주 반응 ‘싸늘’ / 최장 셧다운 초래한 국경장벽 등 기존 입장 고수… 민주당 우회 압박 / 민주 “하루 뺀 1년 분열 씨앗 심어” / 무역정책도 보호무역 강화 예고 “불공정 관세 부과 땐 똑같이 대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초당적 단합’을 강조했다. 그러나 사상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초래했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문제와 관련해 기존 태도를 고수하는 등 여야 갈등을 종식할 방안을 스스로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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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연합뉴스


셧다운 여파로 일주일가량 뒤로 미뤄진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복수와 저항과 보복의 정치를 거부하고, 협력과 타협과 공동선의 무한한 가능성을 끌어안아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 수십년간의 정치적 교착을 깨고, 과거 분열을 극복하고, 오랜 상처를 치유하며, 새로운 연대와 해결책을 만들고, 미국의 미래에 대한 특별한 약속의 문을 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장소인 의사당이 여야 협력을 통해 노예제를 끝내고 파시즘을 물리치며, 시민의 권리를 찾아주던 곳임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이민 문제와 후기낙태(late-term abortion) 금지 법안 등에 관한 입장을 재확인하자 공화당 의원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낸 반면 민주당 쪽 반응은 싸늘했다. 그는 “불법이민보다 미국 내 노동·정치계급 간 분열을 잘 보여주는 이슈는 없다” “부유한 정치꾼과 기부자들은 장벽과 문, 경호원 뒤에서 삶을 누리면서 ‘열린 국경’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남쪽 국경을 보호할 법안을 통과시킬 기한이 열흘 남았다”며 오는 15일까지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셧다운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로 민주당을 우회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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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을 하기 위해 워싱턴DC 연방의회 하원회의장에 들어서며 낸시 펠로시(오른쪽) 하원의장의 박수를 받고 있다. 왼쪽은 상원의장을 겸임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 “초당파주의는 21세기의 새로운 이민정책을 만들 수 있지만, 이 정부는 아이를 가두고 가족을 갈갈이 찢는 길만 선택한다”고 비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대통령은 매년 신년연설 날 아침에 일어날 때만 단합의 욕구를 발견하는 것 같다”며 “그런 뒤엔 나머지 364일 내내 분열의 씨앗을 심는다”고 꼬집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 수십년간의 재앙적인 무역정책들을 뒤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혀 한층 강화된 보호무역 기조를 예고했다. 그는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같은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호혜무역법 입법을 촉구했다. 또 “중국은 수십년간 우리 산업을 겨냥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며 “(중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상은 불공정한 관행을 끝내고, 만성적자 적자를 줄이면서 미국 일자리를 지키는 구조적 변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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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상·하원의 여성 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연방의회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연설에 흰색 옷차림으로 참석해 기립박수를 하고 있다. 흰 옷은 20세기 초 영국의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서프러제트)이 입었던 것으로, 지난해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 역사상 최다인 131명의 여성이 연방의회에 진출했다. 워싱턴=AFP연합뉴스


연설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등을 일으켜 세워 치하할 때 여당과 함께 손뼉을 치는 등 사안별로 대응을 달리 했다. 특히 여성 참정권 운동을 상징하는 흰색 옷차림으로 자리에 앉아 있던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세기 전 의회는 여성에게 투표할 권리를 부여한 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 여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여성 의원들이 있다”고 언급하자 기립박수를 하며 “유에스에이”(USA)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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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사당에는 대통령과 성이 같다는 이유로 수년간 왕따를 당한 것으로 알려진 중학생 조슈아 트럼프 군과 뇌종양 투병 중인 그레이스 엘린 양 등이 초청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곁에서 연설을 지켜봤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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