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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 "당한만큼 돌려주겠다"…호혜무역법 입법화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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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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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의회 하원 회의장에서 열린 신년 국정연설에서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 입법화를 촉구했다. 그는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같은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법안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십 년간의 재앙적 무역 정책을 뒤집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일방적인 무역 흑자와 기술 탈취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수십 년간 우리 산업을 겨냥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며 "이러한 미국 일자리와 부(富)의 도둑질을 끝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그는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 이런 엉터리 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했던 우리 지도자들의 책임"이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존경하고 지금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은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끝내고 만성적자를 줄이며 미국 일자리를 지키는 구조적 변화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정치적 통합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분열의 골만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날 국정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연설의 상당 부분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초래한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굳은 표정으로 대응했고, 미국 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국경장벽을 사이에 둔 양당 간 긴장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셧다운을 염두에 둔 듯 국정연설을 시작하자마자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수백만 시민이 (우리가) 두 개의 정당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로 정부를 이끌어 가기를 바라며 지켜보고 있다"며 "오늘밤 제시할 어젠다는 공화당의 어젠다도, 민주당의 어젠다도 아니다. 이는 미국 국민의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는 복수·저항·응징의 정치를 버리고 협조·타협·공동선(善)의 가능성을 품어야 한다"며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함께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밤 위대함(greatness)을 선택하기를 모두에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곧이어 자신의 취임 이후 2년간 경제 호황을 자화자찬하며 자신의 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는 내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두 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일자리 530만개를 창출했고, 임금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적인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막을 단 한 가지는 멍청한 전쟁, 정치, 또는 터무니없는 편파적 수사"라며 뮬러 특검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민주당에 협조를 촉구하기 위해 연설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의회가 우리 국토를 지키고 남쪽 국경을 지키도록 정부에 예산을 배정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10일이 남았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또 "과거 이 방에 있던 대다수가 장벽을 위해 투표했지만 제대로 된 장벽은 지어지지 않았다. 내가 그걸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들이 벌이는 마약밀매, 인신매매, 범죄 등으로 미국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현실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을 겨냥한 듯 열린 국경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부유한 정치인이고, 그 대가는 미국 노동자들이 치르고 있다며 분열을 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만큼 미국 노동자 계층과 정치권 간 분열을 더 잘 보여주는 이슈는 없다"며 "부유한 정치인과 기부자들은 열린 국경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자신들은 벽과 문, 경비원 뒤에서 삶을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시민의 삶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이민 시스템을 구축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역설했다.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군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에 대해 "우리의 용감한 전사들을 따뜻하게 맞아줄 고향으로 보낼 때"라고 거듭 옹호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현지 주둔 미군 수를 줄이고 테러 대응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프가니스탄에서 건설적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제재에 대해서는 "주도적 테러 지원국인 이란의 급진적인 체제에 맞서기 위해 제재 정책은 당연하다"며 "이란 핵협정을 탈퇴한 것도 이 부패한 독재 정권이 핵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미국 국민을 향해 죽음을 연호하는 정권과 유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위협하는 정권에 대해 눈을 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사회주의 정권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마두로의 사회주의 정권이 남미에서 가장 부유했던 베네수엘라를 가장 가난한 나라로 만들었다"며 후안 과이도 임시대통령 측 손을 들어줬다.

의약품 가격을 개편하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처방 의약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다. 높은 약물 비용은 궁극적으로 보험료와 세금을 통해 일반 대중에게 전가된다"며 "이 같은 불공정한 부분을 당장 중단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장벽을 두고 양당 간 긴장감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CNN은 "트럼프가 '복수의 정치'를 거부하자고 하면서 민주당에 잽을 날렸다"고 논평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통합을 강조해 놓고 바로 당일 백악관에서 TV 앵커들과 오찬을 하면서 민주당 주요 인사들에게 노골적으로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 조지프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는 "바보(dumb)"라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에게는 '○처럼 캑캑거린다(choking like a dog)'는 표현을 썼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말한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에게는 '역겨운 ○새끼(nasty son of a bitch)'라고 표현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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