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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김정은, `중국 지렛대`로 8개월만에 다시 核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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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북정상 베트남서 2차회담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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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연방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구체적인 2차 미·북정상회담 일시와 개최 국가를 공식 발표하면서 연초부터 바쁘게 돌아갔던 '한반도의 대화시계'가 한층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 이후 실질적인 비핵화와 미·북 관계 정상화 간 우선순위를 두고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던 양측이 또 한 번의 '톱다운' 핵담판을 벌이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7~28일 이틀간 베트남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사항인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미·북 간 신뢰 구축 조치의 구체적 그림을 그리면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말 김정은 위원장과의 베트남 정상회담을 전후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만나 북핵·무역갈등 해결의 '원샷' 외교를 선보일지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진전과 미·중 무역협상 타결 등 외교적 성과를 통해 꽉 막힌 국내 정치 환경을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며 실질적 비핵화 실패라는 비판론에 응수했다. 그는 자신의 대북 정책을 '담대하고 새로운 외교의 일환(part of a bold new diplomacy)'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인질들은 집으로 왔고 핵실험은 중단됐으며 15개월 이상 미사일 발사가 없었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치적으로 내세운 발언은 종전과 톤이 같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8개월간 미·북 협상이 공전을 거듭했음에도 톱다운식 정상외교를 통해 문제를 일거에 풀어 가겠다는 자신감도 여전했다. 다만 이날 연설에서 북한에 할애한 대목은 540자 수준으로 작년의 5분의 1로 줄었다. 연설에서 다뤄야 할 국내 정치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을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또 2차 미·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예단하지도 않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말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도 조율 중이다. 3월 1일이 시한인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2월 말 아시아 순방에서 마무리하고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단속한다는 이중 포석인 것으로 분석된다.

만일 베트남 미·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채택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된다면 현지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연쇄적으로 정상회담을 열거나 4자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이번 베트남 미·북정상회담 핵심 의제인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맞교환'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과제다. 북측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을 동결·폐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대북제재 해제·완화 없이 핵개발의 '심장부'인 영변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정상회담을 불과 3주 앞둔 6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북해 평양에서 북측 맞상대인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와 실무협상을 벌일 정도로 양측이 시간싸움에 돌입했지만 타결 징후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2차 미·북정상회담 공식 발표에 앞서 비건 대표의 지난달 31일 스탠퍼드대 연설을 통해 이번 대북 협상 가이드라인의 윤곽을 미리 보여 줬다. 당시 비건 대표는 북한이 그동안 미국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조치만을 요구한다고 반발해 온 점을 감안해 '동시적·병행적(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으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북측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사실상 '현 단계에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뒤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개설 △인도적 지원 확대 등의 대안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비건 대표는 평양에서 협상 카운터파트인 김혁철 전 대사와의 실무협상에서도 이 같은 내용을 북측에 제안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 소식통은 "현재 미국과 북한이 영변 핵시설장에 대한 검증 없는 폐쇄·핵동결과 제재 완화 없는 연락사무소 개소, 종전선언 채택까지는 합의를 한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이 정도를 가지고 정상회담을 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측이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완전 중단과 유엔군사령부 해체 등을 패키지로 요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측으로서는 6·25전쟁이 끝난 만큼 자신들에 의한 대남 위협과 정전 체제를 전제로 한 군사훈련과 유엔사의 존속 이유를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미·북 정상들이 이번 베트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 등을 통해 관계 개선 및 비핵화와 관련한 다소 구체적인 그림을 만들어도 대화의 동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앞서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북 실무협의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것"이라며 "얼마나 (합의를) 만들어야 만족할지는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액션보다 기본 원칙이 주로 담긴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만드는 데도 2년 반이 걸렸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트남 정상회담에 앞서 사실상 선(先) 핵프로그램 신고를 고집하지 않고 단계적 비핵화 과정을 밟아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하지만 미국 의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의원(공화당)은 이날 "북한과 어떤 대화의 목표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왔다고 압박 수위를 누그러뜨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도 이날 한 토론회에서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문제는 김정은과 진정한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가 속임수를 쓰거나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인지 여부"라며 하원 외교위 차원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경과 등 북한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 서울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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