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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미국 우선주의' 외치는 트럼프… '한·일 갈등' 부추기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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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전통적으로 북한 핵 문제와 중국의 부상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핵심 외교 현안에 대처하면서 한국·미국·일본 간 3각 협력 체제를 강화해왔다. 한·미·일 3국이 한 페이지에 있어야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지렛대가 강화된다는 게 미국 역대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핵 담판과 미·중 무역 전쟁이라는 중대한 외교 현안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미·일 3국 협력 체제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이 초계기·레이저 갈등과 한국 대법원의 강제노역 판결 등으로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으나 트럼프 정부는 철저히 이를 외면하는 태도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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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은 3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욕망으로 인해 미국의 최고 동맹국 간 대립이 심화하고, 아시아에서 오랜 라이벌 간 재대결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한국과 일본이 지난 반세기 사이에 외교 쟁점으로 인해 가장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 따른 대립으로 한·일 양국의 경제·군사 관계가 손상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과거에 (한·일 간에) 민족주의적인 충돌이 일어났을 때 미국 정부가 이것이 통제 불능 사태로 발전하지 않도록 통상적으로 개입해왔으나 이제 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니엘 슈나이더 스탠퍼드대 교수는 “미국의 현 정부가 과거처럼 직접 사태에 개입하는 지도력을 발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현재와 같은 순간에 미국이 때로는 드러나지 않게 개입해 대화 채널을 복원하거나 해결책을 찾아 나서기도 했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동북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보면 트럼프 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고, 미국에서의 정치 위기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전후 지정학적인 환경에 조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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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vs 중국

블룸버그는 한·일 간 대립으로 인해 군사 분야 협력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미국의 한·미·일 3각 협력 체제로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려는 전략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의 군 당국이 초계기·레이더 갈등으로 대립하고 있다. 양국은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장성급 교류를 연기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블룸버그는 “한·일 간 군사 교류 유보로 예기치 않은 접촉에 따른 오해가 생길 위험성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민족주의적인 감정이 분출하고 있어 양국 갈등 해결에 나설 수 있는 국내 정치적 인센티브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 닛케이 신문 조사에서 아베 총리가 레이저 갈등 사태를 맞아 한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을 지지하는 일본인이 62%에 달하고, 아베 총리가 이 사태에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일본인은 2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수년 동안 과거사 문제로 대립할 때에도 양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일본이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에 나서는 것을 포함해 경제적 위기가 고조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숫자가 1년 전보다 5.5%가 줄어들어 58만8000에 그쳤다고 일본 관광 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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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vs 오바마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는 한·일 양국이 대립할 때 적극적으로 나서 중재 역할을 했다. 지난 2015년 한·일 군대 위안부 합의 당시에도 오바마 정부가 박근혜 정부를 설득해 합의문에 서명하도록 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거치지 않고, 북한의 핵·미사일 동향 등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는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2016년에 체결할 때에도 오바마 정부가 산파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은 이 협정 체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오바마 정부가 한국 측을 적극적으로 설득했고, 한국이 끝내 이를 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2017년 말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한 이후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 관계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및 일본과의 무역 적자 문제와 미군 주둔 비용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이 통신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에 불참했고,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 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에도 문 대통령·아베 총리와의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지 않았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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