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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혼자서·아이와·반려견과…외국서 한달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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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여행이 아쉬워 한 도시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에서 한달 살기'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전하고 싶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앞서 다녀온 사람들의 조언은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경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에서 찾아봤다.

매일경제

대학생 하혜림 씨(25)는 홀로 지난해 8월 프랑스 파리에서 27일간 머물렀다. [사진 제공 = 하혜림씨]


◆ 여자 혼자는 위험하지 않나

대학 수업에서 프랑스에 대해 배운 후 파리 한달 살기를 결심한 하혜림 씨(25)는 지난해 8월 파리에서 27일간 생활했다. 하씨는 혼자 떠나는 한달 살기의 장점으로 "자신과 더 친해질 수 있었다"고 답했다. 한적한 공원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여유를 부리거나,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신에게 집중했다. 하지만 파리에서 한달을 지내는 동안 파리가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기에 걱정도 많았다. 하씨는 "지하철을 타면 모든 사람이 나를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며 "항상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니고 어두워지면 숙소로 서둘러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아는 만큼 보인다"며 "역사가 깊은 유명 관광지를 공부하고 가면 재미와 감동이 두 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지선 씨(24)는 지난 2017년 여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푹 쉬고 싶다"는 생각에 25일간의 영국 런던 여행길에 올랐다. 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우연히 비슷한 고민으로 런던에 온 한국 사람도 만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마냥 행복했던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이씨는 "런던에 도착한 첫날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이상한 남자가 계속 따라와 마트 보안관에게 말해 겨우 떼어 놓았다"고 말했다. 정보가 부족해 슬럼가 동네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이었다. 숙소를 취소하고 다른 숙소를 구하는 과정에서 큰 비용이 들었다. 또 "길거리에서 흑인 남성이 두 손으로 세게 밀치는 바람에 날아간 적도 있고 날달걀과 우유병을 자신에게 던지는 사람도 봤다"며 인종차별로 고생한 경험담도 털어놨다. 이씨는 "자신의 안전에 항상 신경 써 즐거운 여행을 망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안전을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해가 지기 전 일찍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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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씨(47)는 두 자녀와 함께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달을 살았다. [사진 제공 = 유지윤씨]


◆ 엄마 혼자 아이들과 가면 힘들지 않나

유지윤 씨(47)는 두 자녀와 함께 지난해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달을 살았다. 당시 11세 아들, 9세 딸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치안이 좋고 비행시간이 짧으며 아이들이 관광할 곳이 많은 쿠알라룸푸르를 선택했다. 여행이 아닌 살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한인 홈스테이를 이용했다. 유씨는 "현지 정보도 제공해주며 원활한 소통이 가능해 한인 홈스테이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한달 살기를 하며 엄마로서 가장 우선시한 부분은 건강이었다. 아이들이 한달 살기 중 장염과 감기, 알레르기로 고생을 했지만 미리 준비해 간 약이 있어 고생을 덜 수 있었다.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령 사이판으로 아이들과 한달 살기를 한번 더 다녀왔다. 유씨는 사이판에서 머무는 동안 아이들이 넓은 세상에 대해 배울 수 있기를 바라며, 세계 2차대전의 격전지인 사이판의 역사를 체험하게 하고 한국인 위령탑도 들렀다. 사이판에서는 예기치 못한 태풍 '위투'로 인해 출국 2일 전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그는 "긴급한 상황에서 엄마를 도와주는 든든한 아들과 의젓한 딸의 모습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지에 가보면 자녀를 데리고 한달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대부분이 어학원이나 영어캠프를 다니게 해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엄마들도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험을 해보니 언어의 한계를 직접 느끼고 부딪히며 자신감을 얻는 과정을 아이들이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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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성 씨(46)는 반려견 '꽃남이'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지 한달정도 됐으며 앞으로 한달을 더 머무를 예정이다. [사진 제공 = 김신성씨]


◆ 반려견과 한달 살기는 뭘 준비해야 하나

김신성 씨(46)는 반려견 '꽃남이'와 함께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지 한달 정도 됐으며 앞으로 한달을 더 머무를 예정이다. 반려견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닐라에 위치한 필리핀 농무부(Philippine Department of Agriculture)를 들러야 하므로 아예 마닐라를 선택했다. 영어가 능숙하고 오랜 외국 생활을 한 경험이 있지만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은 "매일이 모험"이라고 말했다. 마닐라는 반려견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반려견 동반 숙소나 식당을 찾기가 어려우며 동반 가능한 시설은 비용이 더 붙기 마련이었다. 또 버스, 택시 등에서 반려견 동승도 어려워 이동할 때는 이동장을 사용하고 양해를 구했다. 반려견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콘도도 어렵사리 찾았다. 마닐라에 오기까지도 힘든 여정이었다. 반려견을 데려가기 위해 필리핀에서 요구하는 서류는 '건강검진서', '광견병 비발생증명서', '수입허가증', '수출허가증'이 필요하다. 검역 절차를 위한 예방접종이나 검사 비용만 30만원 정도 들었다. 또 반려견을 취급하는 항공기는 대형 항공기 뿐이기에 왕복 항공료만 30만원이 넘게 들었다. 반려견의 사료와 간식 등 필요한 짐도 만만치 않게 많다.

하지만 김씨는 "그래도 같이 있는 게 더 행복하기에 무리해서 데리고 다닌다"며 "외로움을 타는 일도 없고 심리적으로 안정된다"고 말했다. 반려견과의 여행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요즘에는 대행업체도 많이 생겼다"며 "막연한 두려움만 버리면 해외 생활의 가장 친밀한 동반자를 얻을 수 있다"고 귀뜸했다.

[디지털뉴스국 손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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