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고용효과 작은 산업 중심 성장…내수·서비스산업 키워야"
27일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속보치)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를 토대로 계산해보니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 변동의 크기를 나타내는 '고용 탄성치'는 2018년에 0.136으로, 2009년 -0.518을 기록한 후 9년 만에 가장 작았다.
고용 탄성치는 취업자 증가율을 실질 GDP 증가율로 나눈 값으로, 경제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얼마나 이어지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2018년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고용 탄성치가 크면 산업 성장에 비해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고용 탄성치가 작으면 성장 규모에 견줘볼 때 취업자는 좀처럼 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용 탄성치는 최근 수년 사이에 대체로 하락하는 흐름이다.
2014년에 0.707까지 상승했다가 2015년 0.388로 확 떨어졌다.
2016년 0.302, 2017년 0.390을 기록했으며 작년에 다시 낙폭을 키우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후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고용 탄성치가 기록적으로 낮아진 것은 산업은 성장하지만, 일자리는 별로 늘지 않는 상황을 보여준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2천682만2천100명으로 2017년보다 9만7천300명(0.4%) 증가했다.
2017년 취업자가 전년보다 31만5천700명(1.2%) 증가한 것에 비춰보면 작년에 증가 폭이 현격히 축소했다.
2018년 실질 GDP 증가율은 2.7%로 전년보다 0.4% 포인트 하락한 수준이었다.
경제 성장보다 일자리 증가가 둔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나 장치산업 등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이 성장을 주도했고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산업이 저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하는 가운데 기업이 채용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019년 1월 22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건설업의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2017년 7.1%에서 2018년 -4.2%로 하락했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7년 14.6%에서 2018년 -1.7%로 급락했다.
이밖에 15∼64세 인구가 지난해 감소로 전환하는 등 생산 가능 연령대의 축소도 고용 탄성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있다.
생산성 측면에서 볼 때 고용 탄성치 하락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경제 전반을 고려하면 고용효과가 큰 산업이 함께 성장하도록 구조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2019년 1월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9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통합모집 행사 참가자들이 취업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에는 반도체 중심으로 경제가 성장했으나 소비나 건설 경기가 둔화하면서 고용 유발 효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며 "고용 탄성치는 노동생산성의 역수이며 고용 탄성치가 하락한 것은 생산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생산성이 높은, 즉 고용유발 효과가 낮은 산업도 성장하고 이로 인해 여러 수요가 생기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산업이 같이 성장하는 게 가장 좋다"며 "내수·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수요를 일으키면 고용과 생산이 늘어나는 선순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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