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앞에서 터져…경찰이 긴급대피시켜 사상자 없어
신·구교 유혈분쟁 3천700명 숨진 역사…'북아일랜드 독립 급진조직 소행' 주장 나와
북아일랜드 런던데리 차랑폭탄 터진 현장 [AFP=연합뉴스] |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한 법원 앞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졌다.
사상자는 없었지만, 영국을 상대로 한 무장독립투쟁의 역사가 끝나지 않은 북아일랜드에서 폭탄 설치의 배후를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영국언론에 따르면 19일 오후 8시께(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의 비숍 가(街) 법원 건물 바깥에서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했다.
폭발물이 터지기 5분 전 경찰은 신원 미상자로부터 폭탄을 설치했다는 경고를 받았고, 현장에서 수상한 차량을 발견해 인근 건물 주민들과 호텔 투숙객을 긴급 대피시켰다.
경찰의 긴밀한 대응으로 폭발에 따른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폭발 현장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폭발은 굉음을 내며 인근 건물들을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주민 그렉 맥러플린씨는 BBC 인터뷰에서 "굉음이 아주 컸다. 이것이 폭탄임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탄이 설치된 차량이 사건 직전 인근에서 도난된 것으로 파악하고, 폭탄 설치의 배후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아직 더 조사해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이번 사건이 북아일랜드의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의 소행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아일랜드판 소속의 한 기자는 이 사건은 신(新) IRA(NEW IRA)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북아일랜드의 무장독립조직이었던 아일랜드공화군(IRA)의 정신을 이어받았음을 자처하는 이 단체는 신·구교도 간유혈분쟁을 종식한 벨파스트협정에 반대해 북아일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는 급진 조직이다.
2016년에 북아일랜드의 수도 벨파스트에서 한 교도관이 자신의 차량에 설치된 폭탄이 터져 숨졌는데 당시에도 '신 IRA'의 소행으로 파악됐다.
북아일랜드에서는 1998년 평화협정 전까지 친(親) 영국계 신교도들과 구교도 민족주의 진영 사이의 유혈 분쟁으로 3천7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건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혼란 국면에서 영국과 아일랜드 간 국경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등 북아일랜드의 지위를 둘러싸고 다시 긴장이 고조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혼란 속에서 북아일랜드의 과격 민족주의 진영이 여론을 흔들려고 움직임을 개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 국경에서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일단 '안전장치' 종료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은 이에 반발해 왔다.
[로이터제공]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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