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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치료 열쇠, 명상에서 찾아라" 전통 수행법 연구 나선 전문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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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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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사실상 비과학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의사들이 그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들을 주축으로 전통수행방법(몸을 다스리는 소마틱 수행방법)을 과학화, 현대화 해 공인된 마음치료법(정신건강 치료법)으로 개발하기 위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11일 대한명상의학회와 트라우마학회 소속 정신과 전문의 30여 명과 태극권, 고대진자운동, 알렉산더테크닉, 펠든크라이스 등 전통수행법 권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전통수행법의 원리에 대해 배우고 체험해보며 환자들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심도 깊게 논의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들이 전통 심신수련법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했던 작은 실험이었습니다.

정신과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움직임 명상 프로그램'을 적용해봤는데 상태가 눈에 띄게 개선됐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한 허휴정 전문의는 "기대보다 효과가 커 놀랐다. 가만히 앉아 하는 명상보다 움직임을 통한 명상이 훨씬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채정호 대한명상의학회 회장도 "지금까지 이런 프로그램을 여러 번 해봤지만 환자 중 단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출석률 100%를 기록한 건 처음이다"라며 "환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의사들은 몸에 대한 관찰과 움직임을 활용한 수행법인 태극권, 고대 진자운동, 펠든 크라이스, 알렉산더 테크닉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이 운동법의 요소요소를 분석해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움직임 명상 개발에 적용하기 위해섭니다.

중국의 전통무술이자 수련법인 태극권은 몸에 집중한 채로 천천히 움직여 내부 감각을 깨우고 정신적인 안정을 추구합니다. 이날 강습을 진행한 강수원 밝은 빛 태극권협회 부원장에 따르면, 태극권은 최근 미국 의학계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하버드 메디컬스쿨은 최근 발간한 태극권 지침서에서 "부드럽게 이어지는 태극권 운동은 근력과 유연성, 밸런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여생을 위한 신체 활동으로 권장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도 태극권이 낙상예방과 건강증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했습니다.

무거운 도구를 이용해 진자처럼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방식의 고대 진자운동은 고대 페르시아에서 즐겨했고 아직도 이란에선 전통문화로 남아있습니다. 일반적인 피트니스 센터 근력운동이 특정 근육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데 집중하지만 고대 진자운동은 온몸의 근육을 쓰는 기능적 통합 움직임을 강조합니다. 목표는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의도한 대로 몸을 효과적으로 움직이는 역량을 키우는 것. 소마앤바디의 김한얼 대표는 "고대 진자운동을 움직임 명상 관점에서 재해석해 몸의 좌우 리듬과 균형을 키움으로써 심신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렉산더 테크닉은 120년 전 호주 출신 연극배우였던 F.M. 알렉산더에 의해 창안된 몸과 마음 사용법. 그는 연극 도중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9년 간 거울 앞에서 자기 몸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해야 몸을 최적의 상태로 사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됐고, 자신의 목소리도 되찾았다고 합니다. 김경희 스쿨 오브 알렉산더 테크닉 대표는 "연기력과 발성, 운동능력을 증진하는 데 효과가 있어 폴 메카트니, 키아누 리브스, 휴 잭맨, 리차드 기어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알렉산더 테크닉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펠든 크라이스 메소드는 물리학자이자 공학자인 모쉐 펠든크라이스가 창안한 몸 움직임 교육법. 그는 움직임, 생각, 감정, 감각이 동시에 작동한다며 신체 움직임 기능을 향상시키면 마음의 안정도 찾을 수 있다고 주창했습니다. 한국펠든크라이스 박소정 대표는 "몸의 경험은 생각, 정신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몸에 각인된 기억을 재경험하고, 재구성하는 것이 펠든 크라이스 메소드의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날 태극권, 펠든크라이스, 알렉산더테크닉, 고대(진자)운동을 정신과 전문의들에게 소개한 인물은 특이하게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김주환 교수입니다. 베스트셀러인 '회복탄력성', '그릿'의 저자로 마음근력과 내면 소통에 대해 연구해온 김 교수는 수년 전부터 명상에 대한 뇌과학적 연구에 집중해왔습니다. 움직임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위의 네 가지 수행법을 모두 직접 배우면서 몸과 마음의 연결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움직임 명상을 통한 마음근력 강화 훈련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김주환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뇌가 있어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 정확히는 움직임을 위해 뇌가 존재하는 것"이라며 움직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뇌과학자 리나스의 씨 스쿼트(멍게)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멍게는 어린 유생기에는 올챙이처럼 헤엄치며 돌아다니다 바위에 정착한 뒤 평생 바위에 붙어 사는데, 움직이는 올챙이 시절엔 뇌와 신경망이 발달해 있다가 움직임을 멈추고 바위에 정착하면 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움직임이 없으니 더 이상 뇌가 필요 없어 자기 몸에서 뇌를 먹어 치워 소화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는 움직임을 통해 트라우마, 불안장애 등 다양한 뇌의 문제를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우리의 마음과 삶을 바꾸려면 생각보다도 몸과 움직임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참석한 카이스트 명상과학연구소 소장인 미산 스님은 "명상이 최근 대중화에 성공해 교육계 의료계 법조계 등에 많이 보급됐습니다. 앞으로는 그 명상의 기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상태와 요구에 맞게 맞춤형 명상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며 전문가들이 움직임 명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워크숍을 주최한 채정호 대한명상의학회 회장은 "올해 중으로 전문의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형 움직임 명상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며 "명상과 전통수행법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과학적으로 접근해 의학계에서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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