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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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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권위주의적 지배층의 도구 ‘극단주의’…처방약은 철저한 민주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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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극단적일까

김태형 지음

을유문화사 | 287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대통령 하기 싫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2015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하며 심리분석을 해 화제가 됐던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이 신간을 냈다. <트라우마 한국사회>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 <자살공화국> <싸우는 심리학> <불안 증폭 사회> <사이코패스와 나르시시스트> 등 심리 관련서를 저술한 김 소장이 이번에 선택한 주제는 ‘극단주의’다.

김 소장은 “21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은 극단주의와의 거리가 먼 나라로 치부돼 왔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이나 태극기 부대와 같은 극우세력은 70여 년 전부터 내내 극단주의 집단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극단주의가 극우 지배층에만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엔 극우 지배층의 테두리를 넘어 전 사회로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히 ‘극단’이라고 하면 한쪽으로 크게 치우치는 느낌을 떠올리고, ‘극단주의자’는 한쪽에 쏠려 극으로 치닫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김 소장의 정의는 좀 다르다. 그는 극단주의를 ‘광신에 사로잡혀 세상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자신의 믿음을 타인들에게 강요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김 소장은 극단주의의 특징으로 ‘배타성’ ‘광신’ ‘강요’, 그리고 ‘혐오’를 꼽았다. 강박적 흑백논리의 ‘배타성’이 내 편과 네 편을 가르는 것이라면, 무비판적 ‘광신’은 이성적 사고에 기초하지 않는 믿음이다. 일방적 ‘강요’는 자신이 믿는 것을 타인도 믿으라고 요구하는 행위이며,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하는 ‘혐오’는 자신이 믿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을 향한 증오로 볼 수 있다. 요약하면 극단주의자는 사실을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사람이다.

김 소장은 극단주의를 민중 내 갈등으로 조장한 대표적 집단으로 권위주의적 사회 지배층을 지목했다. ‘차별’이라는 방법을 통해 각종 사회 집단을 이간질해 자신들의 안전과 이익을 꾀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예로 들며 “영세 자영업자의 반발을 앞세운 자본가 계급이 최저임금을 계속 문제시하자 결국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 산정 방식을 변경함으로써 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켰다”고 했다.

김 소장은 극단주의를 예방하고 퇴치하려면 안전한 사회 구축, 기층 민주주의 실현, 국가 차원의 공동체 건설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적폐 청산을 필수로 해 국가 공동체를 새롭게 재건하면 전체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된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냉전 체제를 해체하고 사상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주의적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는 민주국가로 전환되고, 격차가 해소되어 차별과 무시 등의 상호 학대가 아닌 사랑과 협력이 가능해질 때 극단주의는 더 이상 발을 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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