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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밀착카메라] 아파트 입주 지연에…9개월째 '짐과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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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분양을 받아 들어가기로 예정된 아파트의 입주가 계속 미뤄진다면 어떨까요. 최근에 이렇게 입주가 지연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9달 동안이나 미뤄진 곳도 있다는데, 일부 주민들은 월세방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말에 입주 예정이었던 아파트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들어갈 수가 없는데요.

9개월이 넘게 입주가 지연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호수조망이 되는데다 초등학교가 가까운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가 1000만 원대로 울산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내부 곳곳에서 작업이 한창입니다.

빗물이 지나는 관 아래에는 배수시설이 없습니다.

석재가 시공돼야 할 벽면은 화재에 취약한 '드라이비트'가 붙었습니다.

[김규도/입주 예정자 : 시공도 쉽고 자재비도 적게 드는 드라이비트 식으로 해서 고발이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층높이도 낮아서 법적 오차를 넘어섰어요.]

건설사는 지난해 초까지 제때 입주를 할 수 있다는 안내를 보냈습니다.

[입주 예정자 : 매달 그다음 달, 그다음 달 지금 계속 미루고 있고…]

입주 예정일로부터 2달이 지나서야 입주민들이 사전점검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벽지 시공이 안되어 있거나 아예 곰팡이가 피었고, 아예 창문 대신 건설사 사과문이 붙은 곳도 있었습니다.

[김향심/입주 예정자 : 이건 명품을 샀는데 짝퉁이 온 꼴이고 국산을 샀는데 중국산이 온 꼴인데 가만있는 사람이 바보 아닌가요? 너무 화가 나요.]

건설사는 "집값이 떨어지자 일부 입주민들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과도하게 민원을 넣어 지연됐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건설사가 하청업체에 임금체불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고 말합니다.

[(같은 건설사) 하남아파트는 (예정일이) 10월인데 8월에…]

그 사이 일부 입주 예정자들은 불안한 생활을 이어갑니다.

입주를 하지 못한 네 식구의 70만 원짜리 월셋집입니다.

이사업체 창고에 보관해 오던 짐은 곰팡이가 슬었습니다.

방 하나가 짐으로 가득 차 거의 창고로 쓰이고 있습니다.

바깥쪽에 복도에도 보면요.

집이 천장까지 쌓여 있고요.

이 박스마다 무엇이 안에 들어 있는지 그때그때 찾기 위해서 메모지들을 붙여놨습니다.

안방에도 좀 따라와 보시면요.

이 입구부터 짐이 잔뜩 찬 것이 보입니다.

이방 절반 가까이를 이삿짐 포장박스들이 채우고 있는데요.

잠을 자는 공간인데 짐과 거의 같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김향심/입주 예정자 : 집에 오면 저 상자가 나한테 쓰러질 것 같대요.]

초등학생에 들어갈 아이를 둔 부모는 더 불안합니다.

[입주 예정자 : 2월 달에 이사를 가서 입학 통지서를 받아야 할지. 거기서 솔직히 언제 입주가 될지도 모르고…]

가정 불화로도 이어집니다.

[입주 예정자 : 제가 분양을 받자고 해서 받아서 저희 남편이 가정이 풍비박산 나게 생겼어요.]

진주의 한 아파트입니다.

예정된 입주 날짜보다 1달이 넘었습니다.

하자가 많아 사전점검만 3번이나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이번 달 입주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입주 예정자 : 3차 사전점검 때 확실하게 보상이 된 것도 아니지만, 어느 정도 되면 들어가서 살고 싶다 이런 분위기여서…]

분양 표준계약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입주 지연이 예상될 경우 미리 알리게 하거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입주 예정자 : 법에 걸리지 않을 만큼은 했다는 거예요. 그게 나쁜 거죠.]

돈은 미리 내고 집은 나중에 받는 선분양제.

그만큼 장점도 있겠지만 위험도 커 보입니다.

소비자의 권익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

구혜진, 김상현,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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